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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그들-영화감독 김용삼
17/06/16 10:32:13 아트코리아 조회 3316

젊은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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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서

영화를 만나다

               영화감독 김용삼

 

 

최근 대구의 독립영화계가 심상치 않다. 전국에서 열리는 영화제 등에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감독들의 작품들이 잇따라 수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어서다. 이는 영화 관련 학과가 모두 폐과되어 더 이상 전문 영화 전문 인력이 배출되지 않는 대구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쾌거라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올해 국제영화제 등에서 주목을 받은 5인의 감독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로, 이들은 대구 독립영화를 이끌 새로운 세대라는 별명도 얻게 됐다. 지난 5월 열린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혜영>(2016)으로 한국 단편영화 748편 가운데 감독상을 수상한 김용삼(31) 감독 역시 그 중 한 명이다.

 

지금 현 시대 청춘들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보고 싶다면 그의 영화만한 것이 없다. 김 씨는 젊음의 이면 속에 숨겨진 어두움과 불안 그리고 두려움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큐멘터리 픽션’으로 다채롭게 풀어낸다. 멋 부리지 않는 투박한 그의 작품을 보고 나니, 사람들이 왜 그에게 ‘괴짜’, ‘천재’라고 표현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제껏 본인 작품 대부분을 1인 제작 시스템으로 만들어온 김 씨는 촬영, 연출, 각본 등은 물론 자신의 작품에 직접 주연 배우로 출연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만난 그는 작품 속 주인공과 묘하게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상을 기록하다

“작품 속에 그려지는 저와 실제 제가 100퍼센트 같다고 할 수는 없어요. 제가 직접 출연할 뿐 다큐멘터리는 아니니까요. 하지만 억지스러운 걸 워낙 싫어하는 편이라 자연스러운 저의 모습을 담긴 해요.”

 

그는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재학 중 영화학과와의 학과 통합으로, 우연히 영화와 만났다. 이후 영화에 대해 무지했던 그가 공부를 할 요량으로 시험 삼아 만든 <가족 오락관>(2010)이 미쟝센단편영화제 Special Mention상과, 대구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인 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가족 오락관>은 단돈 7천원으로 만든 작품이에요. 필름 2롤 값이죠. 시나리오랄 것도 없이 집 이곳저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부모님과 함께 찍었어요.”

 

김 씨의 작품은 자신이 직접 출연함은 물론, 자신의 일상을 소재로, 일상의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다. <가족 오락관>부터 최근작 <혜영>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 그리고 그의 주거 공간을 적나라하고 가감 없이 소탈한 어법으로 그려냈고, 이 작품들은 설익은 청년 특유의 익살스러움으로 폭소와 공감을 일으키며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었다. 유쾌한 장면들 속에 공통적으로 숨겨진 것은 이 시대가 앓고 있는 ‘불안’이라는 정서다. 부재, 죽음, 미래, 관계에 대해 그가 직접 겪은 불안의 정서가 다양한 작품들로 표출된 것이다. 영화는 불안을 해소하는 그만의 방식이기도 했다.

 

그는 일상의 관찰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어법을 만들어내기도 했는데, 졸업을 앞둔 청년의 일상을 담은 단편영화 <졸업 과제>(2012)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졸업 과제>는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의 과정을 거치는 보통의 제작 방식을 거스르고, 3달간 자신의 일상을 아무렇게나 촬영한 영상들을 짜깁기 해 하나의 스토리로 만든 단편영화다. 이 작품은 그의 천부적인 감각이 드러난 작품으로도 손꼽힌다. “말이나 생각들을 영화라는 장르로 표현하는 데 소질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영화가 더 좋아졌죠. 예상치도 못하게 큰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류승완 같은 유명 감독들에게 칭찬도 들었어요. 당시가 26살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제가 영화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렇게 여러 무대에서 인정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소멸 불가>(2012)라는 작품을 끝으로 돌연 영화계를 떠나겠다고 발표했다. ‘영화만 하고 사는 것이 꿈’이라던 그가 이렇게 결심을 굳힌 데는 독립영화계의 힘든 현실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영화제에서는 감독님 소리를 들으며 화려한 조명과 박수를 받지만,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곳저곳 전전하는 아르바이트생 신세였죠. 그 괴리감이 너무 힘들어 방황도 많이 했어요. 나이는 자꾸 먹고 현실과는 멀어지고……, 좋아한다는 것 하나 말고는 영화를 할 이유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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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혜영> (2016)               

 

 

좋아서 만드는 영화

 

그렇게 생계를 위해 울산으로 터를 옮겨가면서, 영화와 등진 김 씨. 그가 <혜영>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것은 4년만의 일이었다. 이번에도 울산으로 옮긴 그의 생활이 소재가 됐다. 영화 속 공장 씬(Scene)은 그가 일하는 조선소 작업장의 일과를 그대로 담았으며, 나머지는 그의 자취방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좋아하는 것 하나를 버렸는데, 제 자신 모두를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게 되더라고요.” 4년 동안 바뀐 것은 그다지 없었다. 영화‘만’ 만들면서 살고 싶다에서 영화‘를’ 만들면서 살고 싶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는 인간으로서 김용삼에게 주어진 삶과 좋아하는 영화와의 접점을 찾고 있는 중이다.

 

“다시 영화를 하겠다 마음먹고는 휴대전화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쉬는 시간이나 퇴근 후에 누워서 쓴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도 야금야금 쌓이다 보니 양이 꽤 되더라고요.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바라는 것도 없어요. 진짜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취미처럼.”

 

‘좋아서’라는 그의 말은 이전보다 그 의미가 더욱 깊어졌다. 그만큼 더 순수해진 것이기도 하다. 이제 그에게 있어 영화는 본능에 가까운 행위다.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는데, 저는 그저 좋아서 만들 뿐이에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만들지는 않죠. 그런데 만들고 나서 보면 어떤 것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긴 해요. 사실 의미는 관객들 스스로가 만들어 주시는 거죠. 저는 즐겁게 만들고, 보시는 분들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에요.”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등장하는 작품들로 필모그라피를 꾸밀 생각이다. “원래 계획했던 게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나의 모습을 찍는 거였어요. 사실 내용적으로도 반은 다큐거든요. 훗날 내가 늙어가는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연이어 상영한다면 아마 감회가 남다를 것 같네요.”

 

한편, 그는 현재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단편영화들을 공개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유튜브를 통해 먼저 만나볼 수도 있다.

 

 

글·사진|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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