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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_대구문화와 함께하는 저녁의 시인들
17/06/29 16:00:57 아트코리아 조회 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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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우선 ‘3장 6구 12마디’라는 정형시로서의 시조 형식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그냥 시를 썼는데, 대학 때부터 시조도 함께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쓰다 보니 어느덧 자연스레 시조의 형식을 따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런 형식이 답답하다거나 특별히 의식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내 나름의 가락이 시조라는 형식과 맞닿은 것이라 본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형식으로서의 시조를 넘어 내용적인 측면에서 시조가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서 언급했다. 이날 그는 「맹골 바다」와 「물속의 창」 등의 자선시들을 선보였는데, 이는 모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조로 풀어낸 작품이었다. 그는 “오늘날 시조는 시대성이나 역사 정신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정형시로도 동시대의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단순히 즉각적인 감정보다는 이러한 시대를 보다 본질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설을 맡은 이숙경 시조시인은 그에 대해 “지금까지 1천여 편에 가까운 작품들을 발표했기에 짧은 시편들로 이 시인을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소재를 선보이면서도 꾸준히 인간의 실존과 삶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1980년대 대구 시조시단의 대표적인 동인인 ‘오류(五流)’ 동인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이 시인을 비롯해 박기섭, 문무학, 그리고 한국화가 민병도, 서예가 노중석이 함께한 이 동인은 1984년에 결성되어 이후 10여 년간 활동을 이어왔다.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 시조계의 주요 동인으로도 손꼽히는 이 동인에 대해 그는 “단순히 다섯 명이라는 뜻보다는 삼류, 나아가 일류로 가고자 하는 어떤 의지의 표현이었다. 동시에 우리나라 시조계에 반란을 한 번 일으켜보자 라는 취지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갔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객석에서는 형식적 틀을 벗어난 오늘날의 시조와 현대시와의 차이를 묻는 날카로운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정환 시인은 “요즘의 시조들이 형식적으로 파괴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시와 시조를 구분한다기보다는 자기 체질에 맞는 형태로 쓰이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그의 오랜 문우이기도 한 대구시인협회 박진형 회장 역시 “이정환은 체질적으로 시조를 쓸 수밖에 없는 시인”이라고 평하며, 무엇보다 오랫동안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했다. 사회를 맡은 이하석 시인은 “이 시인은 오랫동안 시조를 쓰는 한편, 시조에 대한 질문 역시 꾸준히 이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면모들이 지금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들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이날 시조에 관해 펼쳐진 여러 이야기들에 반가움을 표하기도 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제2예련관 예술아카데미 강의실 입장료: 3천원(대구문화 정기 구독자: 2천원) 문의: 606-6142

 

 

글|이승욱 사진|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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