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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_낯선 현대음악 어떻게 들을 것인가
17/12/05 10:07:43 아트코리아 조회 2716


네오 클래식 공연 장면
 
낯선 현대음악 어떻게 들을 것인가

대구시민회관이 오랜 휴관 이후 새롭게 리노베이션을 하고, 2013년 11월 29일 국제적 수준의 고품격 전문 콘서트홀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재개관을 했다. 다른 공연장에서 보기 드문 창의적이고 기발한 자체 기획 공연들은 짧은 기간 안에 대구 시민의 음악적 수준을 높이 올려놓았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공연은 디퍼런트 시리즈 ‘네오 클래식’이라는 공연이다. 다양한 음악 가운데서도 현대음악이라는 낯선 장르를 보다 많은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2014년에 시작하여 올해 11월 3일 여덟 번째 공연까지 선보였다. 많은 이들에게 현대음악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 3년 넘게 이어진 것이다. 때마침 대구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음악 부문에 가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져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기도 했다.

그러한 분위기에 발맞춰 최근 대구 현대음악계의 활동은 다양한 흐름으로 펼쳐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인 공연으로 꼽히는 네오 클래식의 지난 3년간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음악창의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최근 대구의 현대음악계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음악의 낯섦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변화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 신형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불과 몇 달 전 모델은 이미 구형이 되어버리는 시대다. 그런데 유독 현대음악은 1900년대 초기 작품들임에도 우리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대음악이란 서양음악사에서 20세기 이후의 무(無)조성 예술 음악을 의미한다. ‘현대음악의 메카’로 불리는 대구에는 이러한 현대음악을 기반으로 한 작곡가들과 연주가들도 많고, 그 활동 또한 활발하다. 그러한 가운데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야심 차게 기획한 ‘네오 클래식’ 시리즈는 다양한 현대음악을 여러 매체와 해설을 통해 소개하고 현대음악의 낯섦이 새로운 변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청중들에게 다가가기를 원했다.


클랑파브릭(소리공장)의 대표 작곡가인 필자는 이 공연의 1탄부터 8탄까지를 총감독하면서 공연 기획의 의미와 보람, 책임을 갖게 되었다. 때문에 현대음악 작곡가로 동시대를 사는 일반 청중들에게 ‘순수 현대음악의 난해함을 이해시켜야 한다’, ‘현대음악의 의미와 역사성, 존재 가치를 잘 전달해야 한다’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 연주회마다 고민하며 야심 차게 준비해 왔다. 그 결과 공연 2주 전부터 전석 매진이 되는 등 인기가 아주 좋은 공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2014년 6월 24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에서 열린 그 첫 번째 시리즈 ‘John Cage and…’는 네오 클래식의 첫 연주회인 만큼 강하게 시작했다. 지금껏 한국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웠던 존 케이지의 음악이 연주되었다. 20세기 음악에서 가장 큰 충격으로 평가받는 존 케이지는 소음을 음악화하는 독특한 시도와 새로운 악기들을 제작하여 선보이며 음악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곡가다. 공연의 타이틀처럼 그의 음악적 철학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한편, ‘and…’라는 의미를 통해 그러한 연주의 재연 혹은 재현에만 그치지 않고 오늘날 가능한 다매체(영상, 미디어 등)와 악기들을 사용하여 그의 사상을 반영한 미래 지향적인 창작도 선보였다. 피아노 현 안에 나사, 못, 구슬, 포크 등을 설치한 존 케이지의 ‘Prepared Piano’는 청중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는데, 무엇보다 이런 음악들이 1920년대에서 1960년대 사이에 등장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다소 충격적이었던 1탄에 이어 11월 29일 ‘쇤베르크와 음열주의’라는 주제로 열린 2탄에서는 좀 더 아카데믹한 현대음악 입문을 선
보였다. 이날은 현대음악의 시작인 쇤베르크의 음악 세계와 그의 제자들이 발전시킨 음열주의에 대한 강의와 연주가 이어졌다. 특히
1부에서 선보인 현악 6중주 ‘정화된 밤’은 연주 시간이 40분 이상인 곡으로 대구에서는 초연이었으며, 뛰어난 연주로 청중에게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했다. 그 외에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도 초연이었는데, 내레이션과 피에로 분장을 한 마임이스트의 퍼포먼스가 음악의 이해를 도왔다. 이 공연은 많은 관객들이 현대음악에 관심을 갖게 한 성공적인 연주회이기도 했다.


 




네오 클래식 공연 장면
 

현대음악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는 공연
이듬해 열린 ‘네오 클래식’ 3탄에서는 톰 존슨의 ‘네 음을 위한 오페라’로 관중들의 배꼽을 잡았으며, 그 때문인지 단지 4개의 음만
으로 이렇게 재밌는 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음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기도 들었다. 미니멀 음악의 대표 작품인 이 곡을 통해 자
연스럽게 청중들에게도 미니멀리즘에 대한 이해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어진 4탄은 스트라빈스키 ‘병사의 이야기’ 대구 초연으로 이루
어졌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클라리넷·바순·더블베이스·트럼펫·트롬본·타악기라는 독특한 편성의 7중주와 내레이터로 구성된 음악극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유사한 내용으로 병사와 악마의 심리전이 돋보이는 20세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음악극이기도 하다. 이날 공연에서는 스웨덴 무용가 요한 스테른홀름이 함께 공연을 선보여 더욱 화제를 모았다.


2016년에 선보인 5탄에서는 ‘프렌치 스펙트럼’이라는 주제로 드뷔시, 라벨, 사티, 메시앙 등 프랑스 작곡가들의 곡이 연주되었고,
이 중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은 발레와 함께 대구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그리고 6탄은 서울의 현대음악 전문 단체 ‘앙상블 에클
라’의 초청 연주로 ‘아르헨티나에서 꿈을 꾸다’라는 제목 아래 아르헨티나 작곡가 피아졸라, 히나스테라 등의 작품이 연주되었다.


한편, 올해는 작곡가 윤이상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올해 펼쳐진 네오클래식 7탄에서는 ‘윤이상을 기억하며’라는 타이틀로 그의 작품 연주와 함께 통영국제음악제 이용민 본부장의 강의 및 대담을 통해 윤이상의 음악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공연이 펼쳐졌다. 끝으로 11월 3일에 열린 8탄에서는 현대음악과 청중들의 공감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기획으로 ‘영화 속의 현대음악’을 진행했다. 음악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사용되는 전문 용어를 작가 육종석의 해설로 쉽게 전달하는 순서를 비롯해 기존의 음악과 영화를 재결합하여 연주하는 등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현대음악의 표현 양식을 새롭고 친숙하게 전환한 시도로 평가 받았다.

아직도 현대음악을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직도 현대음악을 낯설어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네오 클래식’ 공연을 소개하고 싶다. 필자가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이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학생들의 대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4년간 지속되어 온 공연의 결실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기뻤다. 현대음악이나 현대예술은 아직도 어렵고 낯설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에 일어나는 것이기에 멀리할 수만은 없다. 4차 산업, 인공지능 등 미래의 첨단 기술을 논하는 이 시대에 우리가 우리 시대의 산물을 느끼고 향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네오 클래식 시리즈를 기다리는 청중들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공연 기획에 대한 행복한 부담감과 책임감도 함께 느끼
게 된다. 그것은 또한 이제 음악창의도시로 거듭난 대구의 현대음악가로서 가지게 되는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이기도 할 것이다
.

 글ㅣ 권은실 작곡가, 클랑파브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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