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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김병주 展- 침묵 속에서 구축한 소리, 그 커다란 소통의 울림 -
11/05/31 14:17:59 관리자 조회 18058

김병주 展

 

- 침묵 속에서 구축한 소리, 그 커다란 소통의 울림 -

 

The sound of Rainbow-Lily fiowers_77x650cm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인사아트센타 4F

 

2011. 6. 1(수) ▶ 2011. 6. 7(화)

Opening 2011. 6.  1(수)  pm 5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 | T. 02-736-1020

 

www.insaartcenter.com

쌍리갤러리

 

2011. 6. 10(금) ▶ 2011. 6. 18(토)

Opening 2011. 6. 11(토)  pm 3  

대전시 중구 대흥동 249-2 | T. 042-253-8118

 

 

 

 

The sound of Rainbow_107x76cmx3ea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침묵 속에서 구축한 소리, 그 커다란 소통의 울림

 

홍경한(미술평론가)

작가 김병주는 자신의 작업실 입구에 둥지를 튼 아기 산새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주택 뒤편에 유유히 흐르는 냇물의 쪼르락거림, 맑고 청량한 공기를 타고 전해지는 음파들 역시 명확한 자극으로 감지해 내지 못한다. 청각장애자인 그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상대의 입에서 눈을 떼기가 힘들다. 더욱 주의 깊게 반응해야 하고 시각에 보다 많은 의존을 해야만 한다. 이처럼 그는 많은 이들이 누리는 혜택 아닌 혜택인 "소리"의 자유로움으로부터 거세된 현실에서, 침묵(沈?)의 고요함을 끌어안은 채 창작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공평한 조물주는 그에게 누구보다 예리한 눈과 재주를 주었다. 귀청을 울리는 진동에 약한 대신 시각과 촉각을, 말(言)을 이해하고 정확한 내용을 인지하기 위해 남들보다 오히려 깊게 사고(思顧)하는 습관을 선사했다. 그런 점에서 작가 김병주가 주요 화두로 삼고 있는 "소리"란 오히려 창작의 본질이자, 상실된 세계에 대한 이상을 함의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꽃을 포함한 추상적 이미지, 조형성의 원천과 진폭, 순연 지어지는 공명(共鳴)은 근본적으로 "침묵의 언어"이며, 반대로 그 소리와 그 이면에 놓인 침묵으로부터 그의 예술이 발현된다 해도 그르지 않다. 실제로 이와 관련해 작가는 "나는 청각장애자로써 일상의 생활 속에서 상실된 세계가 갖는 행위, 즉 나에게 침묵이 현실이라면 소리는 소통의 신비이며 꿈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이런 삶의 형식들은 치유를 필요로 하게 했고 그 효과를 기대하며 자연으로 돌아가 나만이 낼 수 있는 소리로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자연으로 돌아가 나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잘 증명하는 것은 오랜 시간 화두(畵頭)로 삼아온 <무지개 소리(The sound of Rainbow)> 연작이다. 이 시리즈는 실로 다양한 꽃을 관찰하고 그림으로 채록한 표현욕구의 산물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일련의 <무지개 소리(The sound of Rainbow)> 시리즈는 대개 밝은 색깔을 하며 단아한 구성 아래 펼쳐진다. 때론 앤디워홀의 작품처럼 복제의 복제를 거듭하는 시뮬라크르(simulacre)의 형식을 지님으로써 작가만의 갈망을 대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무지개 소리(The sound of Rainbow)> 시리즈는 근원적으로 외형의 재생이 아닌, 또한 탄성체를 매질로 전파되는 파동자체를 가리키기 보단 작가 내면에 안주하고 있는 "침묵"으로부터의 해방되어 고유한 목소리를 대리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The sound of Rainbow-Chrysanthemum_76x107cm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무지개 소리>들이 지닌 외피는 어디까지나 소리의 파장을 빛의 응결인 색으로 분해하여 배열한 것이다. 허나 그건 말 그대로 겉일 뿐이며 실은 표현에 대한 욕구와 현실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내적 상태와 변화들을 주관적 아름다움으로 대리하려는 상징성에 방점이 있다. 다른 의미로 그것은 어떻게든 침묵에서 벗어나 소리를 내어 세상과 "소통(疏通)"하려는 몸부림이자, 자기 자신의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활기찬 움직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그림 속 주제어인 "꽃"들은 "무지개"와 동일한 분동을 이루며 동시에 단순한 자연의 모방이 아닌, 작가 자신이 갈망하는 이상의 치환체(置換體)라고 볼 수 있다.

일예로 그의 대표적인 작품인 2011년 신작 <The sound of Rainbow-Chrysanthemum>과 <The sound of Rainbow-Crab appie>, <The sound of Rainbow-Ume flower>는 그 치환성을 적적하게 드러낸다. 이 세 작품은 지난 2007년 단품인 <Flower>나, 나무판 위에 판화작품을 동그랗게 올린 작품, 원형의 도상 속에 꽃들이 들어앉은 <The sound of Rainbow> 연작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서의 침묵은 더욱 낮게 배어들고 이미지들은 단순하면서도 핵심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주제의식 또한 과거 작품들에 비해 명암이 짙어졌다.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서정적인 여운마저 전달한다. 그래서 되레 "소리"는 더욱 커졌다.

특히 화면을 빼곡히 채우던 예전 작품과는 달리 이 세 점의 그림에선 비움이 드러나고 있다. 치밀한 계산과 논리적 연산을 대신해 자연스러운 무의식이 들어서 있다.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처럼 여백주의(blankism)와 무의식(unconsciously)에 대한 미적 고찰이 수려하게 부유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그의 최근 작품은 무언가 미완전해 보이지만 철학적 사고가 목도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결정적이고 유동적이며 내적인 상태의 정신적 현상이 이입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표면적 유보(留保)의 관념이며 개념상 가감(加減)의 보류(保留)를 나타낸다. 여기서 가감은 곧 공(empty)과 채움(lock)의 활성화(또는 정체화)를 나타내며, 이때의 시각적 형상은 당연히 단순화되고 의미화 된다. 설명과 내레이션은 그만큼 줄어들고 "소리"는 더욱 증폭된다.

그런 점에선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의 일곱 가지 컬러가 길게 늘어서 있는 2011년도 근작이나, 상하 두 개의 면에 식물의 이미지를 무리 짓게 하거나 간략하게 앉혀 대비를 이루도록 한 세 점의 연속화도 매한가지다. 소급할 경우 2007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작업하고 있는 <The sound of Rainbow-Rose>나, <The sound of Rainbow-Cosmos(2008)>, <The sound of Rainbow-Iris(2008)>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인다. 이들 작품은 약간씩 다른 기법과 형태, 공간의 운용이 다르게 적용되고 있지만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라는 점에선 교합(交合)을 이룬다. 침묵 속에서 구축한 소리, 그 커다란 소통의 울림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The sound of Rainbow-Crab appie_76x107cm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오늘날 그가 그리는 소재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꽃들, 자연물들이 주를 이룬다. 아니, 예전부터 그의 그림 속엔 그러한 것들이 존재해 왔다는 게 맞다. 표현하는 꽃도 참 다양하다. 해바라기, 붓꽃, 나팔꽃, 채송화, 맨드라미, 장미 등 자연에서 쉽게 접하곤 하는 것들이 다수에 달한다. 지근거리에 있는 곳에서 소재를 찾고 동기화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단순히 모방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사물들에서 느낄 수 있는 형태와 색채를 순수한 감각을 통해 화면에 조화롭게 안착시킨다.

작가는 이와 같이 주위에 있는 꽃을 관찰하고 사색하며 받아들인 생명들의 몸짓을 가볍게 지나치지 않은 채 자신의 내면과 합일(合一)시킨 후 그만의 미적 조형언어로 발현시키고 있다. 자기를 나타내는 알고리즘(algorithm)으로 꽃을 그리며, 그 생명성을 자신과 조응시키고 있다. 그리고 판화(版畵)는 그러한 여러 동작들의 유한한 모임의 결정(結晶)을 다수에게 각인케 하는 도화지이자 창(窓)의 역할을 한다. 이곳엔 자신만의 목소리와 조형성을 융합시키는 데 있어 스스로 가장 용이한 것을 거부하지 않는 현명한 방식의 선택이라는 특징도 존재한다.

실제로 작가는 동판화의 밀도 있는 부식(deep etching)으로 인한 요철과 프레스기를 관통한 아름다운 색감, 헤이터 롤러(Hayter Rollers) 기법을 이용한 색의 중첩 현상에 따른 우연적이고 미묘한 색감과 시각적 풍부함을 나타내는데 있어 판화가 적합하다고 여긴다. 또한 자신에게 맞는 숙련된 기법(그는 드라이포인트, 스텐실, 에칭, 아쿼틴트 등의 여러 기법들을 혼용하며 그 완성도는 높다.)의 적용이 수월하다는 것을 판화 고집의 이유로 삼는다.

 

 

The sound of Rainbow-Ume flower_76x107cm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물론 간접성, 복수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판화는 메커니즘(mechanism)을 알면 매우 매력적인 장르이지만 그 프로세스(process)는 은근히 번거롭고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적어도 단품에 그치는 회화에 비하면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김병주는 지난 15년 이상을 판화에만 매달려 왔다. 판(板)이라는 매체를 통해서만 자신만의 소리를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작품들은 작가의 생각과 발언을 전달하는 연결고리가 된다. 실험과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다작으로 개인의 색깔을 만들고, 꽃이나 추상적 도형을 배치해 소리 없는 소리의 언어를 창출한다. 이는 형식상 작가가 예술적 대상을 보는 기존의 관점들을 해체시킴과 동시에 다시 하나의 커다란 화면에 집약시킴으로서 장르개념상 차이점을 갖는 오브제들을 상호 충돌시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종의 순환의 과정을 거쳐 판화가 지닌 기존의 답답한 틀을 깨버리며 새로운 재해석을 내놓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구조적이면서도 다른 무언가에 대한 지향이 녹아 있는 게 아닌가싶은 원인 역시 여기에 있다. 즉 일정한 질서 아래 분포되고 혼재되는 화면, 자가 분열한 것처럼 복수로 혹은 독자적이거나 결합되어 확대되는 구조를 지니는 형상들, 일정한 패턴 속에서 자유롭게 결합되는 꽃들과 이미지자체로만 남는 여러 사물들은 결국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면서도 일정한 규칙성과 규율성의 미를 전달하는 작품자체로 남음과 동시에 김병주 자신의 소리가 된다는 것이다.

 

 

The sound of Rainbow_15x21cmx4ea_Etching, Aquatint, Hayter Rollers, Stencil_2011

 

 

판화가 지닌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연계성을 되묻고 있는 작가는 이제 스스로를 이탈시키면서도 물질을 뛰어넘는 현대미술 고유의 성질인 투명한 정신성으로 생명의 은밀한 과정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또한 서로 다르고 같음을 자연스럽게 배치해 강렬함, 단아함 등을 잘 담아낸다는 점에서, 여러 대상들을 평면 위에 다양한 색상의 어울림으로 완성하며 조형에의 강한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어느 지점과 마주하게 한다. 특히 은연 중 돋음되는 조화(harmony)는 김병주 작품의 특징으로 자리한다. 현대적인 개념과 전통적 소재의 조화, 여백미를 해석하는 공간의 채움과 비움에 관한 조화, 딱딱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은유적으로 배어나오면서도 강하고 화려한 컬러들의 조화, 현실과 이상의 조화, 침묵과 소리의 조화 등이 그것을 증좌한다.

한편 근래 들어 그의 작품엔 금과 은, 동색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일차적으론 대기에 부유하는 빛과 조화, 확산의 효과를 작품에 나타내기 위함이며, 이차적으론 색깔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담으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지만 실상은 언제부터인가 마음속에 똬리를 튼 고독함과 그에 반하는 분출, 아름다움, 슬픔, 행복 등의 여러 미묘한 감정들이 자신을 구동시키는 에너지와 힘이 되어 널리 스펙트럼(spectrum)화 되길 바라는 기원의 기표라는 것이 옳다. 즉 "소통의 확산"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그릇이라는 것이다.

 

김병주

 

1999  추계예술대학교 판화과 졸업 | 1996  성신여자대학교 조형대학원 판화과 졸업 | 2010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헤이토 롤러 기법” 특강

 

개인전 | 2011 초대전 쌍리갤러리, 대전 | 2011 무지개소리 - 인사아트센타, 서울 | 2002 나화랑, 서울 | 1997 서경갤러리, 서울

 

단체전 | 2011 Touch전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서울) | 2010 <움직이는 城>, <版畵 이후>전 동경국제교류전 (도쿄 / 일본) | Tool, Tool, Tool, Print ! - 韓國現代版畵家協會員展 (서울시립미술관/서울) | 46번가판화가전 (우연갤러리 / 대전) | The Printmakers of Daejeon 2010 (열린미술관 / 대전) | Full Bloom (Club & Gallery /서울) | 25"s Portfolio (Atelier Gustave / 파리, 프랑스) | 2009  46번가판화가전 (우연갤러리 / 대전) |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서울) | PRINT YOUR LIFE !展 - 한국현대판화축제 (서울시립미술관 / 서울) | 성신판화전 “PLAY all” (가나아트센타 / 서울) | “SIMULACRA of PRINTMAKING” 헝가리판화교류전 (Museion, Gallery IX / 헝가리) | 2008 | “12인의 작업노트” 기획공모전  (전북도립미술관 / 전북 완주군) | 46번가판화가전 (우연갤러리 / 대전) | “版畵이후” 전 - 한국·헝가리 교류전 (쌍리 갤러리, DSA갤러리, 현대갤러리 / 대전) | “Pink Print”추계판화20주년기념?추계판화가협회, 동아현대판화가협회 교류전(인사아트센터 / 서울) | 성신판화전 (성신여자대학교 수정관 / 서울) | 복제시대의 판의 미학 -EDITION (경남도립미술관 / 창원) |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시선展 “Outside & Inside” (서울시립미술관 / 서울) | 대전 판화의 오늘과 내일 (갤러리아 타임월드 / 대전) | 2007 | "13가지 놀이” 기획전 (샘표스페이스/  이천, 샘표식품 본사 / 서울) | “Merry Christmas”전 (book & gallery IDEE / 대전) |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 (서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 서울) | 한국현대판화가협회 기획전 <版畵 以後>전 (우연갤러리 / 대전) | 2006 | 한국현대미술-오늘의 발언전 (갤러리영 / 서울) | 그 외 다수

 

작품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현재 | 한국현대판화가협회원 | 성신판화회원 | 추계판화가협회원 | 대전46번가판화회원

 

E-mail | kbjoo197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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