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손
공 영 구
아직도 나는 그때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
추적추적 봄비 내리던 날
할 일 없는 젊은이 늙은이들이 찾아드는
대낮부터 60촉 전구 몇 개 걸려있고
커다란 스피커 두 개가 전부인 넓은 홀
남녀노소 뽕짝 장단에 맞춰 지르박을 추고
느릿한 진양조에 취해 부루스를 부둥켜 안고
말고 당기고 돌리고 돌리고
광나는 구두에 짖이겨지는 바닥은
둔탁한 신음을 뱉고
새까만 원피스에 싸구려 향수 뿌린
먼 동네 아줌마들 몰려오면
사기등방같은 눈을 부라리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는 시선, 시선들
이 화려한 꿈이 가슴에 요동칠 때 손을 내민다
봄비도 소리죽여 내리던 음산한 날
요행을 바라던 손끝을 붙잡은 또 다른 손
손가락이 가느다란
그 아줌마의 이름을 나는 모른다
25)낮술
평소에 늘 기죽어 살다가
위로 받기위해
절에 간 적있어
갈 때마다 대웅전 치켜든 처마에
스님의 눈빛에 또 한 번 고개 숙이고
낮술 한잔 먹은 김에
허우적거리며 절 찾아갔더니
절간은 텅텅 비어있고
스님도 있는 둥 없는 둥
부처님 날 보고 웃는 둥 마는 둥
큰소리로 소원 한 번 말하고는
공갈까지 쳤는지 안 쳤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