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꽃
정 하 해
밤을 꼬박 새웠다
이 가난한 자리 누가 두드리기만 할뿐
말이 없다
먼 데서 들려오는 산의, 두근거리는 소리
밤새 설치다
득달같이 달려온
산이
불쑥
들이미는
이것
산은 저 참꽃 낳느라
엄청 아팠겠다
* 작가노트
이맘때면 꽃들은 순차적인 목록대로 온다. 그러나 우리의 민족꽃이라 할 수 있는 참꽃에 대한 향수는 시골태생인 사람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봄날이 그렇게 꽃을 타고 오는 것처럼 뺨이 따뜻해지는 봄날, 멀리서도 눈에 밟히는 참꽃이야말로 이맘때를 설레게 하는 애인이자 기쁨이었다. 참꽃을 많이 따먹은 기억하나로 봄날의 눈매가 더 깊어지는 건 추억할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꽃 수술 잘라먹기 내기가 그랬고, 어른들의 화전놀이가 그랬다. 때론 서럽고, 때론 가슴시린 그 꽃들의 동작이 지금껏 끝나지 않고, 내가 물려 있다는 사실이 왈칵거리게 한다.
정하해는 경북 포항 출생으로 2003년 『시안』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 살꽃이 피다』『깜빡』『젖은 잎들을 내다버리는 시간』을 펴냈다.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하고, 현재 대구시인협회 이사, 일일문학회 이사로 일하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