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58    업데이트: 24-02-24 12:05

자유게시판

정 숙의 매화 시
관리자 | 조회 74

납매
 
1.

섣달의 매서움에 맞서
미색의 꽃등을 켜는 저 악다받이

입술 야무지게 깨물고
오소소 떨면 지는 거라며


지그시 하늘 바라보며 
명주 저고리 옷고름 꼬옥 꼭 여민다
2.

삼월 하늘 아래 결 고운 상복 다소곳 차려입은 걸보면

태극기 흔들며  독립만세 목 놓아 부르다가 숨진 

서럽던  그 시절, 어느 열사 언니들의 혼백인가
 
봄은
–정 숙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꽃이 되는 것

사람들 사이 웃음꼬리 찾아주려
내 스스로 뿌리가 되어
죽을 힘 다해 물, 자아 올려

연분홍 치맛자락 살짝 일렁거려
홍매 향 피워내는 것
 


 
청매화
1.

긴 겨울 고인 눈물이 발효되어 흘리는  
향기인가

봄볕이 익어가길 기다리는 고깔에 
아스라이 달빛이 앉아

청상의 두 볼을 파르라니 물들이며
하늘바라기 한다
 
2.
 
이월도 되기 전
향을 내뱉기 시작하는
저 다급
 
겨우내 바람의 징채에 얼마나 두드려 맞고
차가운 불길에 담금질 당했는지
바람이 지나치게 빠르고 장엄하게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는지
아픔,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리다가
어느새 그 리듬에 젖어 귀 기울이다가
 
마침내 향기로운 리듬에 춤추는
향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흑매
1.

사랑방 어둠 속에서 자꾸 피어오르는 꽃분홍 색을 
빛으로 남기려고

온 몸으로 퍼지는 봄기운 송곳으로 누르고 찔러 
먹물을 쏟아 붓는다

가난한 옛 선비의 초서 속 묵향, 은은하다
 
2.
        
연분홍 치맛자락 흩날리는
봄바람의 입김에 너무 가벼워진

홍매, 제 뜨거운 몸 꾸욱 꾹 눌러
주저앉혀 어둠을 살라먹다가 
 
더 깊이 있는 사유를 찾아
뒤란에 숨겨둔 늪을 뒤적인다
 
3.

설한의 서릿바람 녹여 봄을 부르느라

숨결이 거칠어져 온 몸이 핏빛으로 짙어지는

그리움, 그 아득절망에
어느 여인의 얼굴 자꾸 어두워진다 
 
홍매

매서운 눈바람을 녹일 봄볕 부르느라

하늘을 향해, 마음 밑바닥에 숨은
폭죽을 터트린다

그리운 발자국 흔적마다 농익은 매실을 품은
여인의 향이 짙어진다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청매화 다투어 피는 달밤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 비비꼬다가
젊은 날 그렸던 그림을
다시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고작 A4 용지 두 장 크기 한지에
이리도 많은 꿈을 그려 넣었었구나
 
흰 물감으로 연꽃과 연밥들을 지우다 보면
그때 그 욕심들이 양심에 걸린다
새와 나비들도 먹물로 지워버린다
 
흉한 상처의 얼룩들만 남는 세월,
그 무게에 짓눌린 나의 한지는
달빛도 스러진 봄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그래도 다 못 지워 슬픈 눈빛으로
입술 달싹거리는 나부상,
노랑나비와 청승맞은 달빛을
바라봐야만 하는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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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매1 [정 숙]

섣달의 매서움에 맞서
미색의 꽃등을 켜는 저 악다받이

입술 야무지게 깨물고
오소소 떨면 지는 거라며


지그시 하늘 바라보며 
명주 저고리 옷고름 꼬옥 꼭 여민다
 
 
납매2[정숙]

삼월 하늘 아래 결 고운 상복 다소곳 차려입은 걸보면

태극기 흔들며  독립만세 목 놓아 부르다가 숨진 

서럽던  그 시절, 어느 열사 언니들의 혼백인가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꽃이 되는 것
사람들 사이 웃으ㅁ 찾아주려
내 스스로 뿌리가 되어
죽을 힘 다해 물, 잦아 올려
저 홍매처럼
연분홍 치맛자락 살짝 일렁거려 주는 것

 
청매화[정 숙]
 
이월도 되기 전
향을 내뱉기 시작하는
저 다급
 
겨우내 바람의 징채에 얼마나 두드려 맞고
차가운 불길에 담금질 당했는지
 
바람이 지나치게 빠르고 장엄하게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는지
 
아픔,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리다가
어느새 그 리듬에 젖어 귀 기울이다가
마침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향으로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청매[정 숙]


긴 겨울 고인 눈물이 발효되어 흘리는  향기인가

승무를 추는 고깔에  아스라히  달빛이 앉아

청상의  어린 두 볼을 파르라니 물들인다

 
흑매3 [정숙]

사랑방 어둠 속에서 자꾸 피어오르는 꽃분홍 색을 
빛으로 남기려고

온 몸으로 퍼지는 봄기운 송곳으로 누르고 찔러 
먹물을 쏟아 붓는다

가난한 옛 선비의 초서 속 묵향, 은은하다
납매[정숙]

섣달의 매서움에 맞서
노오란 꽃등을 켜는 저 매화

오소소 떨면 지는 거라며
입술 악다받게 깨문다

지그시 하늘 바라보며 
명주저고리 옷고름 꼬옥 꼭 여미면서
 
 
흑매  2
        ㅡ정 숙

연분홍 치맛자락,
봄바람의 입김에 너무 가벼워져

뜨거운 몸 꾸욱 꾹 눌러
주저앉혀
어둠을 살라먹다가 
 
더 깊이 있는 사유를 찾아
뒤란에 숨겨둔 늪을 뒤적인다
 
흑매[정 숙]

설한의 서릿바람 녹여 봄을 부르느라

숨결이 거칠어져 온 몸이 핏빛으로 짙어지는

그리움, 그 아득절망에
여인의 얼굴 자꾸 어두워진다 
 
청매[정숙]

긴 겨울 고인 눈물이 발효되어 흘리는  향기인가

승무를 추는 고깔에 아스라이 달빛이 앉아

청상의 두 볼을 파르라니 물들인다
 
 
홍매 [정숙]

설한의 서릿바람 녹여 봄을 부르느라

숨결이 거칠어져 온 몸이 펄펄 끓어오른다

그리운 발자국마다 소복소복
여인의 향이 짙어진다  
 
청매화 그림자에 밟히다
 
청매화 다투어 피는 달밤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 비비꼬다가
젊은 날 그렸던 그림을
다시 물끄러미 들여다본다
 
고작 A4 용지 두 장 크기 한지에
이리도 많은 꿈을 그려 넣었었구나
 
흰 물감으로 연꽃과 연밥들을 지우다 보면
그때 그 욕심들이 양심에 걸린다
새와 나비들도 먹물로 지워버린다
 
흉한 상처의 얼룩들만 남는 세월,
그 무게에 짓눌린 나의 한지는
달빛도 스러진 봄밤을 하얗게 지새운다
 
그래도 다 못 지워 슬픈 눈빛으로
입술 달싹거리는 나부상,
노랑나비와 청승맞은 달빛을
바라봐야만 하는 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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