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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강문숙의 즐거운 글쓰기] ‘지금·여기’의 진정성을 찾아서 / 2018-04-23 영남일보 교육메거진 에듀포유
아트코리아 | 조회 490
‘글쓰기’는 사실 참 즐겁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고역이거나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하고 있는데, 그것도 ‘즐겁게’ 쓰라고 하다니요…. 그것은 아이러니를 넘어 거의 모험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지요.

그러나 뒤집어 봅시다. 누군가가 쓴 글을 내가 즐겁게 읽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작가 개인의 경험적 고백에서 객관적인 확장성을 가지고 태어난 사건이, 독자인 나에게 간접경험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하나의 방편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해도 그 글을 쓴 사람에게는 마냥 쉽고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밤을 새우며 고독한 내면과 싸웠을 것이고, 어느 청춘의 시절에는 사회의 부조리에 팔다리가 잘리는 아픔도 겪었을 것을 짐작으로 알 듯합니다. 게다가 쉴 새 없이 판단해야 할 것들로 혹사당한 뇌는 또 어떻고요. 어디 그뿐인가요. 컴퓨터 앞에서 물기가 말라가는 시력으로 육체적인 고통을 견뎌왔을 게 뻔합니다. 

그런 것이 아닐까요. 저는 지금 즐거운 글쓰기의 전제조건은 그런 고통과 노력의 시간 없이는 결코 나올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지만 오랫동안 글쟁이로 살아온 저의 생각을 잠시 열어 보이는 것으로 이 지면 수인사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습니다. 

글쓰기의 바다에 용감하게 뛰어들어 즐겁게 항해하고 싶은 독자 여러분들과 바람의 방향을 함께 읽어 가며 멀리 더 멀리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지금 아주 많이 설렙니다. 

아무리 컴퓨터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시대가 왔다 하더라도 형식이 다를 뿐 글의 목표는 모두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적극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인생을 만들어가는 길에 꽃을 달아줄 수 있는가. 

그런 점에서 모든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통한답니다. 거짓이 아닌 ‘진정성’ 있는 글로 승부하는 것, 그것은 예술이든 그렇지 않든 언어로 만들어 가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가치임이 틀림없습니다. 즐거운 글쓰기는 그 진정성에 가장 근접해 있을 때에 얻을 수 있는 보석 같은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믿고, 자신이 경험한 인생에 대한 확신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더욱 높은 이해의 경지로 끌어 올려줄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실천적인 글을 쓴다는 의미는 궁극적으로 자신의 인생 전체를 충실히 살겠다는 뜻이지요. 

‘지금·여기’의 삶이 가장 아름답게 빛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펜과 흰 종이를 마련하십시오. 드디어 ‘즐거운 글쓰기’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이 왔으니까요. 

<시인·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 강문숙 프로필=199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 수상.시집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탁자 위의 사막’ 등 다수 집필.대구시인협회상 수상, 대구문학상 수상, 대구시인협회 이사, 전 영진전문대 사회교육원 강사, 전 대구시영재교육원 문학예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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