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10-19 12:50

시가 있는 아침

다리 위에서
강문숙 | 조회 966

<1>

다리 위에서

 

 

해질 무렵, 점점 작아지거나 흐려지면서

다리 위를 지나가는 물체들.

너무 빨리 사라지는 햇살에 밀려

한쪽으로 비켜서는 그림자.

 

잎들 떨구어낸 나뭇가지

단단한 부리를 가진 겨울새들 스쳐간

환한 자리. 서쪽 하늘 몸 아픈 듯

마음 아픈 듯, 천천히 붉어진다.

(노을은 스쳐간 것들의 지문 아닐까)

 

지나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지 끝의 흔들림, 날아간 새들

그 날갯짓의 눈부심

사소하게 흘러난 날들까지도

한 번 간 길을 돌아오지 않는다.

 

오래 전부터 무언가를 건너기 위해

저 다리는 있어 왔던 것.

내가 다리 위에서 붉게 물들 때

누군가 나를 건너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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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이 유한하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 말하지 않는 것을 우리들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보게 하는 가장 철학적인 때가 11월이 아닐까. 다리는 무언가를 건너기 위해서 있다. 그것은 소통이기도 하지만 순환의 연결고리에 다름 아니다. 인디언들이 11월을 다시 돌아오는 계절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11월의 다리 위를 날아간 새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러므로 역설이다.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진실하게 살아야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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