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10-19 12:50

시가 있는 아침

쇠똥구리
강문숙 | 조회 843

<4>

쇠똥구리

 

 

누군가 이 세상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

물살이 그의 발목을 적시지 않게, 엎드려

한 개의 돌멩이가 되어 주는 사람.

어린 여공의 피맺힌 손가락을 아물게 하기 위해,

그 현장에서 두 팔을 내어주는 사람.

 

제 몸의 몇 배나 되는 쇠똥을 굴리며 가던 쇠똥구리 한 마리, 웅덩이 근처에서 나무 깍지에 걸려 그만 넘어졌다. 일어나려고 혼신의 힘 다해 버둥거리다가, 개미가 제 등을 밟고 웅덩이를 다 건널 때까지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

지구가 문득 숨을 멈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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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점점 삭막해져 간다. 어제 보았던 얼굴이 오늘은 보이지 않고, 골목 어귀 작은 집에서 가끔 울음이 새어나온 적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고 만다. 한겨울 추위보다 이맘때 불어오기 시작하는 찬바람을 더욱 견디기 힘들어하는 것도, 우리들 마음이 먼저 추워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천사의 말도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와 같다’고 성인은 말씀하신다. 저 쇠똥구리가 작은 예수다. (‘순교자’였던 제목을 ‘쇠똥구리’로 바꾸었더니 갑자기 쇠똥구리가 보고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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