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10-19 12:50

시가 있는 아침

물의 집
강문숙 | 조회 817

<6>

물의 집

 

 

 

돌아갈 집이 없다. 떠나올 집도

그 집의 햇살 아래서

잎새처럼 피어나는 家系도 없다.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몸, 제 스스로 가두며 낮은 데로 흐른다.

길이 없으면 마음의 길을 만들고

너무 많은 길들은 지우기도 한다.

날이 저물고 지켜도 멈추지 않는다.

소금쟁이 맴도는 웅덩이에서는 더더욱

쉬지 않는다. 흐르는 집이 되어

물푸레나무의 하얀 뿌리를 적시며,

깔깔거리는 조약돌의 동그란 등을 떠밀며

해질녘, 마지막 마을을 돌아간다.

 

 

 

때로 관념의 세계에 젖어드는 일은 의식의 무한한 확장을 불러일으키게도 한다. 고유의 형태를 고집하지 않고 흐르는 것이 물의 속성이라고 한다면 물은 집의 반대개념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하염없이 낮은 데로 흘러내리는 물의 마음은 어디엔가 안주하거나 나를 가두는 제도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사방으로 흩어지는 인간이란 얼마나 불안한 존재인가. 제 스스로를 가두며 낮은 데로 흘러가는 물의 집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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