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10-19 12:50

시가 있는 아침

聖․아침
강문숙 | 조회 827

<7>

聖․아침

 

 

 

오늘 아침,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두렵다.

어느 날 문득 하느님이

우주의 책장을 덮으실 때, 그리하여

무심코 책장을 다시 펼치시던 하느님?!

 

- 읽다만 책을 펼쳐 보니

책장 사이 작은 날벌레 한 마리

납작하게 바스러져 있었다.

하루를 하니, 일생을 살아보자고

불빛 있는 곳이면 어디든 날아들어

파닥이다가, 내가 책장을 덮을 때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나방.

일생이라고 말하는 그 하루도 다 못 채우고

그만 영원한 어둠 속에 갇히고 말았구나.

후우, 가벼운 입김에도 흔적 없이 사라진다.

사라진 것의 얼룩만이 희미하게

그의 지난날들을 기억할 뿐.

한때는 살기 위해 입으로 무엇인가를 먹고

꾸불텅한 내장을 거치는 동안

삭혔던 것을, 천장이나 벽지에

배설까지 했던 생물체였다니.

아아, 이 은빛 나는 가루들

손바닥으로 쓸어내린다.

더 큰 손이 내 몸에 닿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가에 혹은, 삿갓 모양의 전등갓 아래 아주 작은 하루살이 떼의 먼지 같은 주검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하찮은 것들에게도 필시 살기 위해 먹은 것을 소화시킬 꾸불텅한 내장이 있었을 터이다. 벽지나 천장에 까뭇까뭇 찍어놓은 배설물을 보면 찡그릴 일이 아니라, 저나 나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한 순간에 이 거대한 우주의 책장이 탁! 덮인다면, 그래서 납작하게 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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