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4    업데이트: 12-10-19 12:50

시가 있는 아침

그 길
강문숙 | 조회 824

<10>

그 길

 

 

 

양산 통도사엘 가려면

물금을 지난다지.

물금은 통도사에 닿기 위한 통과의례

모든 것을 금지 당한다지.

한 그릇 욕망으로 가득한 밥통.

오른쪽 어깨에서 겨우 왼쪽 어깨를

옮겨 다니는 검은 가방.

가슴 저 안쪽에 숨겨두었던

그 이름마저도 버려야 한다지.

나침반 하나 없어도

제 갈길 찾아가는 구름.

구름 속의 산책처럼 가벼운

새들의 날갯짓으로 통과할 수 있다지.

물금 지나고, 그렇게 가다보면

길이 통하고야 마는 줄 알다가

그것마저 없을 무(無)로 돌아가고,

마음 통째 허공에 맡기면

그제서야 이르는, 전생(前生)의

빚 갚으러 가는 길이라지.

 

그러나, 나 아직

가고 싶지 않은 그 길.

 

 

그렇게 물금 지나고 길이 통하는, 또는 도를 통하는 곳에 닿은 줄 알다가 그것마저 無로 돌아가고 난 후에 마음을 허공에 맡겨 버리면 그제서야 이르는 그 길. 어떤 이는 전생의 빚 갚으러 가는 길이라고 한다. 벽안의 어느 고행자는 집과 돈과 여자를 가지지 않는 3無를 실천하며 산다고 한다. 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그러나 나 아직 한 인간으로 사는 이 길이 좋으니 어찌하랴. 천상 한낱 범부에 지나지 않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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