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한 마음 추스려 우륵 간다
겨울 초입에 다다라서야, 비로소
사라지는 것들에도 빛이 있다는 걸 알겠다
산 너머 굽이 돌 때마다 그 빛은 있는 힘을 다해 등을 어루만진다
해마다 그 자리는 먼저 추워서
새들도 서둘러 제집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다
저만치 앞선 이의 어깨는 적막하여
말을 걸까 하다가 그만 둔다
무슨 소리 들렸는지 그가 한번 돌아보았고
바람의 마른 혀를 빌려
스무 해 전의 어투로 내게 말 걸어온다
저녁이 와서 가만히 나무의 등을 껴안는다
사소한 흔들림에도 손을 놓치는 마른 잎들
뚜둥,
먼 기억낭의 열한 번째 줄 낮은 음계를 밟고
어두워져가는 숲에서 가얏고 소리가 났다
소설 지난 우륵, 그곳에 과거와 미래가 오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