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움에 대하여
안경을 잃어버렸다
안경을 끼지 않으니 보이는 것마다 번진다.
까칠하던 내 피부도 제법 고와 보인다.
내가 나에게 이쁘다고 칭찬 하다가
자주 부딪치던 모서리도 둥글게 쓰다듬어 준다.
뜨겁게 걸어 온 길마다 가시투성이었다.
그림자는 덮어주어야 할 것이 있어, 언제나
뒤에서 따라오는데
나는 앞만 보기에도 급급했다.
내가 나를 다그치니 세상이 늘 편치 않았지.
날카로운 나를 벗으니
아팠던 시간도 둥글게 휘어지며 흐른다.
나이 든 기억이란, 대체로 숨겨져 있던 을 꺼내
오래 따스하게 어루만져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어서
번지는 것에 대해 너그러워지려 하나
알고 보면 부드러움이란 만만한 게 아니다.
그 안에 잠복해 있는 수많은 들이
언제 또 튀어나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