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날 비 내리고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아득하다.
여러 날 비 내리는 척포
지붕 끝에서 먼저 젖고 있던 낚시점 간판이
저 혼자 골똘하다.
바다낚시꾼과 비진도 지는 해 보러온 사람들 몇몇, 뼈 없는 말들만 오고 간다. 주인인지 객인지 경계가 없다. 커다란 항아리
에 가득 채워놓은 냉커피는 공짜다. 얼음 띄운 종이컵이 흘리는 땀은 바다로 스며든다.
희멀끔한 낚싯배 타이슨 피싱 클럽과 해녀민박집 돌담아래 물봉선화 마주 보고 키득거린다. 해무가 내려와 방죽 끄트머리
를 지울 무렵, 민박집 창문 꽃무늬 커튼이 바다를 덮는다.
모르는 척, 척포는 눅눅한 이불을 끌어당긴다.
비는 여러 날 더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딱히 서두르지 않는다. 언제든 와서 젖은 발 쑤욱 들이밀어도 받아줄 거 같은 비
진도 사랑방엔 모두가 낯익고 모두 낯설다. 그러니 토박이 가게 주인도 섞여 앉으면 영락없는 손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