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가리, 외다리로 서다 강문숙 늦은 추수 끝나고, 농부들도 돌아간 빈 들판 홀로 서서 먼 곳을 바라보는 저 수도승 상한 부리를 제 날갯죽지에 파묻고 왜가리는 외다리로 서 있다 세상 바라보는 일 한쪽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부가 무너지는 것 그 엄격함으로, 새는투명한 정신의 깃을 세운다 노란 산수유 같은 아이들, 눈 비비며 길 밖으로 번져 흐른다. 좀처럼 깨어나질 않는 침침한 골목길, 한 무리 아이들이 재재거리며 지나가고 비로소 아침은 햇살 속에 떠오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