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1    업데이트: 23-07-04 09:58

언론 평론

[한민족뉴스]강문숙시인, 2010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자로 선정!
강문숙 | 조회 1,836

[한민족뉴스]강문숙시인, 2010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자로 선정!

2010년 대구시인협회상 수상시집:강문숙 시집 '따뜻한 종이컵'  

 

 

명징한 시편들의 잔치상

 

서 지 월(시인)

 

  강문숙시인의 시 <따뜻한 종이컵>을 주목해 보자.

종이컵이 따뜻하다.
공원 한 귀퉁이에 허름한 중년처럼
앉아 있는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다가, 문득
객쩍은 생각을 해 본다.


짚둥우리 속에서 막 꺼낸 달걀은
암탉의 항문으로 나온 게 안 믿어질 만큼
희고 따뜻하다, 매끈하다.


혓바닥 아래 고인 침처럼 상긋하게
피어난 옥잠화의 흰 살결.
벌의 항문을 거쳐서 피어난 꽃들,
그 향기도 대저 항문의 그것이니


쿰쿰한 엄마를 열고 나온
신생의 애물단지들아.
희고 아름다운, 향기롭고
따뜻한 것들의 떠나온 문은 하나다.
종이컵을 내려놓고 슬쩍, 만져본다


ㅡ강문숙 시 <따뜻한 종이컵> 전문.


사물에 대한 생명의 근원적 모성애를 공원 한 귀퉁이 자판기의 '따뜻한 종이컵'에서 발견한다. 기발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상상력을 극대화 시키면 '종이컵' 뿐만이 아니다. '옥잠화'는 '벌의 항문을 거쳐서 피어'나며 '달걀'은 어떤가. '암탉의 항문으로 나온' 것이다.  이런 것들을 시인은 생명에 대한 외경심으로 '엄마를 열고 나온 / 신생의 애물단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희고 아름다운, 향기롭고 / 따뜻한' 이런 '것들의 떠나온 문은 하나다'라 했듯이 시인은 공원 한 귀퉁이에 허름한 중년처럼 / 앉아 있는 자판기'의 '커피 한 잔 뽑아 마시다가' 생각해 낸 편린들을 예사롭지 않게 풀어내고 있는데 그게 생명의 근원을 찾아가는 시인의 싱싱한 상상력인 것이다. '시인은 어딜 가나 시인이다'라는 말이 강문숙시인을 통해서 성립된다 해도 과언은 아닌 줄로 안다. 단순하지 않는 상상력의 체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커피를 뽑아든 '따뜻한 종이컵'에서 우주의 질서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시인은 기발하게 감지해 것이다.   

 

ㅡ [대구문학](2010.11~12월호)<격월간평>서지월-'명징한 시편들의 잔치상'에서.

 

**본문은 ◆[이달의 한국詩壇]new 에 올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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