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    업데이트: 19-12-19 15:35

언론정보

[김수영의 그림편지] 김효선 작 ‘Dancing with you’ 김수영기자 2018-04-27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711
인간의 모습과 닮은 도구, 춤도 인생도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조화 이루며 완성


오랫동안 문화부 기자로 활동한 덕분이겠지요. 많은 무용가들의 공연을 봐왔습니다. 한국의 전통무용부터 서양의 클래식발레, 현대무용, 재즈댄스, 스트리트댄스에 이르기까지. 무용을 어렵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저는 무용이 상당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장르라 생각합니다. 인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과 에너지, 여기에 안무가가 만들어낸 스토리와 섬세한 음악이 곁들여져 연극 같으면서 오페라나 뮤지컬 같은 느낌도 줘서 좋은 무용작품을 보고 나오면 그 감동이 상당히 오래 지속됩니다.

선조들의 혼을 느낄 수 있는 한국무용과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은 발레, 파워풀한 에너지가 가득한 현대무용 등은 인간의 내면 속에 숨겨져 있던 끼와 흥을 자극하는데 몇 년 전 무용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깨뜨리는 색다른 무용작품(?)을 마주했습니다. 처음 작품을 보고는 약간 놀랐지만 뒤이어 “역시!”하는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저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 것은 조각가 김효선의 ‘Dancing with you’란 작품이었습니다. 그 작품은 무용을 소재로 한 조각입니다.

‘Dancing with you’는 언뜻 보면 무용작품이 아니라 가위처럼 보입니다. 맞습니다. 김 작가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가위를 모티브로 이 시리즈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도구는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도구에는 제각각의 기능이 있는데 이는 인간의 모습과 많이 닮았습니다. 인간에게도 자신이 속한 사회나 직장·가정 등에서 각각의 주어진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는 인간의 이 같은 역할에 대해 “인간의 역할 또한 사회 속에서 도구로서의 삶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도구는 그 시대의 삶이 담겨 있고 개인이 주로 사용하는 그 도구에는 그 사람의 삶이 녹아 있다”고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렇다면 가위의 기능을 잠깐 살펴보지요. 가위는 날카로운 두개의 날이 마주한 채로 작동되면서 ‘자르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이때 마주한 두 개의 날은 절묘하게 날카로운 날을 비껴가면서 아주 완벽한 호흡으로 형태를 원하는 대로 잘라갑니다. 이 기능을 수행할 때 두 개의 날 가운데 하나가 무뎌도 안되고, 하나가 앞서가도 안됩니다. 서로 비슷한 날카로움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성을 가져야만 원하는 형태가 완벽하게 탄생하게 됩니다.

이런 모습에 김 작가는 인간의 모습을 대입시켰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서로 다른 ‘나’와 ‘너’로 이뤄져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각자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서 협동해 나갈 때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고 발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무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작품은 어느 한 명의 뛰어난 무용수가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명의 무용수가 서로 밀고 당겨주며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서 완성됩니다. 나아가 무용수만이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혼연일체가 될 때 작품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돋보이게 하려는 양보와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그 행위에 몰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Dancing with you’를 조금만 자세히 보십시오. 가위의 두 날은 무용수의 다리입니다. 굽 높은 빨간색 구두를 신은 여자무용수와 파란색 구두를 신은 남자무용수가 어깨동무를 하며 같이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여자무용수가 남자무용수의 등에 살짝 기댄 것 같기도 합니다. 단순한 두 날이 감상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김 작가의 작품은 벽면에 걸어두고 감상하는 평면적 구조의 조각입니다. 평면적 구조 안에서 부조와 같이 납작하게 조각된 실루엣으로 그림자를 유도하는데 여기에 절제된 색채로 회화성을 살리고 있습니다. 그림자와 색채로 인해 딱딱한 나무지만 율동감과 부드러움이 느껴집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만들어내는 그 호흡 속에서 인간 삶의 조화로움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김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무용의 새로움을 봤습니다. 춤도 인생도 결코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것들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주위를 살피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늘 앞질러가는 삶을 살아가는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Dancing with you’는 조화로운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주말섹션부장 sykim@yeongnam.com

#김효선 작가는 경북대 예술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3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 경북대에 출강 중이고 대구어린이농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