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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이점찬 경일대 교수 2017-06-16 영남일보 위클리포유
아트코리아 | 조회 1,274

[명사의 에너지 충전소] 이점찬 경일대 교수“기증한 작품을 감상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절로 힘이 솟아요”



이점찬 경일대 교수가 자신이 기증한 달항아리를 배경으로 섰다.

이점찬 경일대 교수가 기증작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기증작들을 보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경일대는 지난해 새로운 개념의 기초교양대학인 ‘후지오네 칼리지’를 신설했다. ‘후지오네(Fusione)’는 융합과 융화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다. 전통적인 교양교육의 정신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교육과 새로운 시대의 변화 및 요구를 반영한 교육을 융합해 현대적인 의미의 창조적 교양교육을 개발, 운영하겠다는 의지가 표현된 용어다. 후지오네 칼리지에 들어서면 크고 작은 휴식공간이 있는데 여기에 색다른 볼거리가 있다. 그림, 조각, 도자기 등 다양한 미술품들이 전시된 것이다. 이명재 화가의 200호짜리 그림 ‘도라지’를 비롯해 도경득·정혜정·윤종대 작가의 평면회화, 이상태·방준호·류국현 작가의 조각, 남선모·조동일·백창곤·송춘호·심재용 작가의 도자기 등이 1층 로비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경일대 디자인학부 이점찬 교수(56·대외협력처장)가 올해 초 기증한 것이다.

“학생들이 예술작품 접할 기회 없고 
그 즐거움을 모르는 게 안타까워서”
올초 그림·조각 등 소장품 다수 기증 

후지오네 칼리지 곳곳에 전시된 작품 
“기증후 더 자주, 유심히 보게 된 데다 
마음 가라앉히고 머리 식히는 효과 봐”
본관에도 그의 작품 비롯 항아리 7점 
“앞으로 여건 되면 좀더 기증하고 싶어”


도예가이기도 한 이 교수는 “교양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예술작품을 거의 접할 기회가 없고 이것이 주는 즐거움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학생들에게 예술을 접하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기증을 결심했다. 그래서 기증작의 장르도 다양하게 구성했다”며 “후지오네 칼리지가 학생들의 행복한 대학생활을 지원하고 다양하고 새로운 교양수업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만큼 예술작품을 보면서 감성이 풍요로워지고 잠시나마 예술이 주는 기쁨을 맛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증작에는 이 교수의 화병도 하나 있었는데 다른 작품들 속에 섞여 있는 데다 드라이플라워가 가득 꽂혀 있어 전시작처럼 느껴지질 않았다. 일반 전시장의 경우 화병이라도 예술품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 보통 꽃을 꽂아두지 않는다.

왜 이렇게 이 교수의 작품을 눈에 띄지 않게 놔두었냐고 물으니 “예술품이 일상 속으로 들어가기를 바란다. 특히 기능성이 강한 도자기는 더욱 이런 특성을 살려야 한다. 다른 좋은 작품들이 있어서 제 작품은 이 전시장에서 꽃을 꽂아두는 화병 기능을 해도 충분하다”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지역미술계에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많이 구입하는 컬렉터로도 제법 알려져 있다. “저도 예술가라서 잘 압니다. 예술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를. 그런데 저는 대학에 몸담고 있으니 전업작가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요. 경제적으로 힘든 작가를 보면 도와주고 싶고 그래서 작품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작품의 수준도 좋으니까 더욱 마음이 끌리는 것이겠지요.”

이런 작가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바탕이 되어 있어서 일까. 기증작들도 대부분 대구·경북지역 작가들의 작품이다.

“저만 아니라 다른 작가도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구입합니다. 저는 대외활동이 많다보니 좀더 산 것이지요. 그래서 집에 작품이 자꾸 쌓여가길래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다른 이들, 특히 제가 속한 대학의 동료 및 학생들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작품을 구입하고 난 뒤 며칠 지나고 나면 계속 보기가 쉽지 않거든요. 시간이 더 지나가면 창고 등에 갇혀 세상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증함으로써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작품을 보는 감상자나 작품을 만든 작가 모두에게 좋습니다.”

이 교수는 후지오네 칼리지에 작품을 기증한 뒤 기증작들을 더 자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됐다는 말도 했다. 일주일에 1~2번 이 공간을 찾는다는 그는 “점심식사를 한 뒤 산보 겸 이곳을 찾아 작품들을 보면서 휴식을 취한다. 대외협력처장을 맡으면서 학교생활이 더 바빠졌는데 가끔 이곳에 들러 작품을 보면 일에 쫓겨 다급해진 마음이 가라앉고 복잡했던 머리도 한결 맑아진다”고 했다. 학생들이 작품을 유심히 감상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자신이 괜히 기분이 좋아지면서 에너지가 솟아난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교수는 대학 본관에도 그의 작품을 비롯해 김종훈, 유태근, 신동수, 권오진 도예가의 항아리 7점을 기증했다. 대형 달항아리가 많았는데 이들 중에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작품도 있다. 이것 역시 쉽지 않은 결심 같았으나 그는 “예전에 선조들은 달항아리를 달로 생각하고 소원을 빌며 정성을 다했다. 나도 이 달항아리를 보면서 나의 소원과 타인들의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도한다. 작품 기증을 통해서 내가 얻는 이익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웃음지었다.

그는 대외협력처장실이 본관에 있어서 더욱 좋다는 말도 했다. 처장실에 매일 와야 되는데 이들 달항아리를 통과하지 않고는 사무실에 올 수 없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보면서 마음을 정화시키고 바라는 바의 성취도 기원하게 된다.

인터뷰를 마치고 본관을 빠져나오는 길에 이 교수는 한마디 덧붙였다. “본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정면의 벽이 넓은데 아무것도 없으니 좀 휑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곳에도 작품을 두고 싶습니다. 본관의 분위기도 부드럽게 할 수 있고 작품도 숨쉴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수장고에 잠들어 있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빛을 보고 사람들의 시선을 마주할 때 그 작품은 진정한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제 작품을 학교에 좀더 기증하고 싶습니다.”

보통 작품을 미술관 등에 기증을 하면 기증작들을 쉽게 접할 수 없다. 하지만 이 교수의 경우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작품을 기증하니 늘 이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자신의 자식 같은 작품들이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빛을 발하고 있으니 더욱 행복하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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