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2    업데이트: 23-03-23 13:05

자유게시판

‘8년차 夫婦’ 한국인 남편-중국인 아내 “위기극복 비법은 도서관 다문화 강좌”
아트코리아 | 조회 421
中 산둥서 만난 민승준·마오커리
아들 출산 후 깊어가는 갈등의 골
용학도서관 프로그램 동참 ‘회복’


흔히 사이좋은 부부를 ‘잉꼬부부’라 한다. 민승준(41·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마오커리(40) 부부가 여기에 속하지 싶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 중국 산둥반도를 건너 결실을 보게 된다. 남편 민씨는 산둥대 서예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산둥 칭다오대 보석디자인 석사과정에 있던 아내를 만났다. 당시 민씨는 허리가 아파 찾았던 요가학원에서 마오커리씨를 처음 봤고 한눈에 영원한 짝임을 직감했다. 화젯거리는 요가를 시작으로 태극권·중국심미역사로 옮겨졌고 토론은 밤새 이어졌다.

하지만 달콤했던 신혼은 잠시, 언어 장벽과 문화의 차이는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낳았다. 2012년 아들 우혁이가 태어났고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갔다.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나 교육관이 너무 달랐다. 착하고 너그러운 민씨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마오커리씨는 외로운 한국생활에 점점 지쳐갔다. 설상가상 중국에 계신 어머니의 병환이 깊어지면서 밝고 명랑했던 마오커리씨의 얼굴에선 점차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루하루가 힘들 무렵 마오커리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권유로 지난해 대구 수성구립 용학도서관(관장 김상진)에서 운영하던 ‘다문화 가정과 함께 하는 사랑의 손잡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다. 한국어 공부를 비롯해 그림책 수업·글쓰기·한국생활과 대구지역에 대한 이해·중국생활과의 비교·영화 보기·음악회 가기 등을 함께 하며 정을 쌓았다. 민씨 가족 또한 중국어 공부·중국 음식과 문화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하면서 마오커리씨를 이해하는 계기로 만들었다. 

마오커리씨는 다문화가족 전용자료실 ‘다누리’를 이용하면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사회적응력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다. 형제자매 없이 자라 독립적이었지만 부모님의 병환으로 소통하거나 의논할 대상이라곤 남편밖에 없던 그는 서서히 웃음과 여유를 찾아갔다.

마오커리씨는 현재 영남대 시각디자인 박사과정에서 열심히 전문가의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리고 중국 모교에서 조교수 일을 병행하며 친정 부모님을 돌보는 등 한국과 중국에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한편 민씨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아버지의 먹 가는 소리와 화선지에 글 쓰는 소리에 매료돼 지금 서예가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메이드 바이 아티스트’전을 열었고, 4월에는 수성문화원 갤러리 수성에서 열린 ‘청년 서예 작가 초대 기획전’에 참가했다. 기록·흔적이라는 서예의 본질을 깊이 되새기며 정성을 다하는 동시에 색다른 것을 추구해야 하는 상외지상(象外之象)의 세계를 꿈꾸는 민씨. 그는 “아내 그 자체만 바라볼 게 아니라 아내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환경을 잘 살펴봐야 아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옆에서 민씨의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마오커리씨가 “다시 태어난다면?”이라고 되물었다. “물론이지, 당신을 첫눈에 알아볼 거야”라고 답하는 민씨의 눈에 사랑이 가득했다. 

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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