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멸치
- 박숙이-
죽었어도 감을 수 없는 멸치 눈알이 섬뜩하다 누구에게, 하나같이 항거하듯 입을 꼭 봉하고 있다 입안을 벌리니, 똥이 거기까지 도망쳐 와 있다 잡힐 때의 그 방향이 그대로 박제되어 더 안쓰럽다 집으로 급하게 가는 중이었을까 길마다 촘촘한 힘의 그물 앞에서 얼마나 다급했던지 생똥이 타 새까맣다 죄라면, 큰 물살에 채이며 비린내 팍팍 풍긴 죄, 자세히 보니, 비린내는 죽어서도 폴폴 살아난다 그래그래 그게 산 증거다, 그것만큼 찡한 진실이 어디 있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