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앉아
박 숙 이
아파트화단에 앉아서
화단은 영원히 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러면서도 나는, 너의 화단이 되어 앉아 있었다
오늘은 별도 집이 싫은지 나와 앉았구나
바람도 사루비아 곁에 살포시 와 앉았고
풀벌레 울음소리도 집으로 들어가기 싫은지
텅 빈 여름밤을 배회하고 있구나가로등 밑의
노숙이 너무나 아름다운 저 하루살이 떼들
얼마나 생이 떳떳하면
불 앞으로 당당히 고개 쳐들고 달려들까
그 앞에서 나는 고개 숙인다
내 가슴 안의 풀린 단추를 풀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오늘은 왠지
길도 집을 무척이나 망설이고 있구나
* 작가노트
▲ 박숙이 시인어느 날 문득 나는 뭔가? 라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러한 날에 아파트 화단에 앉아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도 나를 위해 오늘 밤 나와 있는 것 같고 소슬바람과
풀벌레까지도 나를 위로하기 위해 다가온 것만 같았다.
누군가의 화단이 되어준다는 것, 만감이 교차하는 시각이었다.
내가 이렇게 가닥가닥 망설이고 있을 때에 길도 오늘 밤은
집을 무척이나 망설이고 있다고 역설을 한 번 해 보았다.
* 박숙이 시인은 매일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시안>으로 등단하였다. 한국문협, 한국시협 및 시산맥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활짝』을 펴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김영미안 anteajun@naver.com<저작권자 © 부울경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