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 박숙이 -
들여다보면 저 들판의 꽃
꽃만 있는 게 아니네
꽃 사이사이에 잡초가
라이벌처럼 끼어 있네
뽑을까 벨까 망설이니 아서라
선배가 한사코 말린다
생각해 보렴
풋풋한 저 라이벌 때문에
긴장하며 네가 널 피워내질 않았는지,
미워하지 말거라,
세상에 꽃만 있다면야 어디 네가 꽃이더냐!
* 작가노트
▲ 박숙이 시인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지만
나무의 세계는, 소나무가 무성하면
옆에 있는 잣나무가 좋아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근데,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거리가 먼 사람이 잘 되면 시기가 없는데,
꼭 가까운 사람이 잘 될 경우
저 독한 풀처럼 꽃 사이사이에 끼어든다.
하지만 내 주위에 선의의 경쟁자가 있다는 건
내가 긴장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어주기에,
꽃 사이사이에 풀이 끼어 있어야만
꽃이 더 돋보인다는 걸
세상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느끼는 중이다.* 박숙이 시인은 매일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고, <시안>으로 등단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시산맥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 『활짝』을 펴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