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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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46    업데이트: 21-11-04 13:00

가을 빗소리 外 1편 / 박숙이
아트코리아 | 조회 831
가을 빗소리

 

 

추적대는 빗소리가 밤을 깊게 판다

 

술의 도수보다 비의 도수가 훨씬 더 높은지

목보다는 가슴을 먼저 적시고 적시더니

훌쩍훌쩍 비가 운다

 

감수해야지,

 

퇴색에 몸부림치는 낙엽들이여 이리로 오라,

마지막 착지에 연연을 말고

찬비소리에 흥건히 붙들려 대작對酌이나 밤새껏 하자구나

 

 

 

가을 국도를 달리다

 

 

코끝까지 서러운 날은

31번 국도를 무작정 달린다

누렇게, 익을 대로 익은 바람결에 흔들려도 보다가

허수아비가 되어 잠시 생각을 풀어헤치고 서 있다

가을이 깔린 국도에서 저녁 해를 끝까지 추월하다 보면

나도 잃고 길도 잃어

오히려, 잃어버려 더더욱 아름다운 내 영혼 만난다

 

익은 들길이 피워 놓은 꽃은 꽃이 아니라 눈물이다

한 때의 싱싱한 순간들이 바람처럼 흔들리는 내 가슴에

누가, 가을 향을 한웅큼 따 조심스럽게 꽂아놓는다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코스모스가 울먹이며 내게 속삭인다

그렇지 않다고, 내 믿음만큼은 그렇지 않다고

외쳐대고도 싶지만

소리 지르면 코스모스는 놀라

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다

 
덧글 1 개
21/11/04 11:46
잃어버려 더더욱 아름다운 내 영혼 만난다.

코스모스의 울먹임...후드득 떨어질 것만 같은 코스모스

좋은 시 감상 잘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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