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눈을 감고 듣는 빗소리 저편 먼 데서
기억 몇 줄기 느리지 않게 다가온다
이내 발길 거둘 듯, 또는 그렇잖게
이다지 쓰리고 아프다
아득히 잊었던 그 한겨울 한낮
세차게 몰아치던 눈보라
혼절했다가 깨어나 다시 혼절하던
그 하늘과 땅, 벼랑, 절망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오늘 내리는 비가 뜬금없이
그 눈보라와 손을 맞잡고 있는 걸까
눈 뜨고 창밖을 바라본다
비가 쉽게 그칠 것 같지는 않다
예까지 온 내 발자국들이
하나둘씩 일어나며 빗물에 젖는다
예순 해 전 눈보라에 절규하던 내가
지금은 비 맞으며 창밖에서 나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