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사이버서재

시인의 말
아트코리아 | 조회 1,468
거울이 나를 본다
이태수 시집


시인의 말
 
열네 번째 시집이다. 『따뜻한 적막』(2016 여름) 이후 한 해 동안 쓴 작품들을 얼마간 뜸들이고 묵히며 재구성해 담았다. 적막을 따뜻하게 끌어안으려는 마음에 조금은 금이 가 있는 듯도 하다. 삶의 비애는 아무래도 벗어나기 어렵고, 그 파토스들이 끊임없이 이랑져오기 때문이다.
삶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꿈꾸기이며, 시는 그 기록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꿈은 언제까지나 꿈으로만 남을는지 모른다. 오랜 세월 초월에의 지향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아 회복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 ‘나’를 찾아 헤매왔지만 ‘나’는 ‘내 허상의 허상’이라는 생각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가파른 세파는 늘 상처를 덧나게 하고, 불면의 밤을 가져다준다. 눈을 떠도 감아도 내가 목마르게 찾고 있는 ‘내’가 보일 듯 말 듯 희미하다. 애써 봐도 마냥 떠밀리고 떠내려가는 느낌마저 지워지지 않는다.
왠지 요즘은 자주 거울을 들여다보게 된다. 물같이 가는 시간의 흐름에는 사방연속무늬의 얼룩들이 어른거리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처량해 보인다. 그런 나를 거울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다.
.
2018년 봄 이 태 수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