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37    업데이트: 16-07-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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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물을 보며
이태수 | 조회 830

못물을 보며

                                          -이태수

못물을 바라보면
물 속 깊이 별 하나 눈을 뜬다.
흐르지 못하고
조금씩 뒤채일 뿐인 나의 말이여,
비쩍 마른 네 겨드랑이에
은밀하게 날개를 달아보기도 하지만
부질없구나. 부질없구나.
못둑의 부들들은 부들부들 떨고
멧새 한 마리 상한 날개를 비비대는 동안
못물이여, 너는 또
꿈속에서나 흐르고 흐르면서
바다에 이를 것인가, 하늘로 오를 것인가.
입 언저리에 말라붙은 나의 말들은 이 밤.
눈감고 바다에 가 닿고
하늘에 이르고
별에 몇 개, 찬바람에 이마 조아리며
빛을 섞는다.
괴어 있는 내 마음, 괴어서
조금씩 뒤채일 뿐인 못물이여.
지워지지 않는 별 하나 눈뜬 채
저토록 아프구나. 아프구나.
바람불고 밤은 깊어 가고, 못물은
깊이깊이 뒤채이며 멍이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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