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위에 눈이 내리고
이 태 수
눈 위에 눈이 내린다.
이제 아무도 아파하지 않는다.
물에 물을 붓듯이 상처에
상처가 깊어진다.
누가 아프다, 아프다고 소리 지른다.
하지만
그는 어디가 아픈지는 알지 못한다.
숨을 잠시 멈췄다 깊숙이 빨아들인다.
병든 시대에 병든 세월이
자꾸만 드러눕는다.
이태수 시집 <물 속의 푸른 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