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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

‘하나가 되는 꿈’
이태수 | 조회 846

<세풍>-46-(2003.8.21)

‘하나가 되는 꿈’

 

李 太 洙 <논설위원>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는 갈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 갈등을 풀 수 있는 분위기와 방법이 문제일 뿐이다. 가정이 건강하면 갈등이 생겨도 풀 수 있고, 앙금도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가정이 건강하지 않으면 갈등이 지속되면서 풀 방법을 찾기 어렵게 되고, 풀더라도 앙금이 남게 되기도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건강하지 못한 가정과 같다. 오랫동안 지역감정이 큰 과제였으나, 근래에는 잠재돼 있거나 감춰져 있던 갈등들마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보수와 진보 세력 사이, 세대 사이의 갈등과 이념을 둘러싼 삐걱거림 등이 그것들이다. 극복과 치유는 고사하고 계속 덧나고 있는 느낌이다.

 

 기득권.중상류층이 주류를 이룬 보수진영은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사명감이나 책임의식은 뒷전이며,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에 빠진 이웃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인색하다. 기득권을 누리지 못해온 진보계층도 마음이 굳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요구와 주장에 일리가 있지만 거칠고 공격적이다. 감정적이고 자극적이다. 미움이 주요 동기이며, 화해와도 틈이 벌어져 있는 것 같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정치권은 그런 갈등의 골을 메우기는커녕 되레 부추기는 감마저 없지 않다. 편 가르기와 집단이기주의의 폐단을 조금도 비켜서지 않고, 인내와 절제와 온유함을 저버린 채 신뢰감과 그 실천을 덕목으로 내세우기보다는 반목과 질시로 치닫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심지어 거짓과 변명, 권력을 통한 사실의 왜곡으로 불신을 키우고, 냉소주의와 분노에 불을 붙이기까지 한다. 더구나 안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보수와 진보, 세대와 계층 사이의 격심한 인식 차이는 불안감을 더욱 깊게 해 ‘새로운 차원의 국론 분열’과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는 비판에도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진정 달라질 수는 없는가? ‘보수’는 ‘수구’가 아닌 ‘열린 보수’가 되고, 이상에 기운 ‘진보’가 ‘현실적인 진보’로 바뀌어 미움보다는 포용력을 가질 수는 없을까. 서로가 바뀌지 않는다면 결국은 ‘한 나라 두 국민’이 될 수밖에 없게 될 판이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명제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들이 말해주기도 하지만, 국론이 하나가 되는 나라는 위기를 넘겨도 반대인 경우는 자멸의 길을 걷곤 했다.

 

 일찍이 공자는 ‘화해롭게 지내되 편당화하지 않는 태도(和而不同)’를 중시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이의 실천이 우리에게는 왜 이리도 어렵기만 한 건지…. 돌이켜보면 우리는 다원적 사고를 포용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샤머니즘 위에 유교.불교.도교가 자리매김 했으며, 천주교, 기독교 등 서양의 종교들이 두루 공존하고 있다. 성리학의 근본이며 핵심인 ‘이기론(理氣論)’ 역시 흑백논리와는 달리 이(理)와 기(氣)의 상대적 의존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대화를 나누고 이해할 때 우리는 한 편파를 이루지 않고 화해와 융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사회적인 갈등이나 정치적인 분열의 해법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자기 주장만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는 독단과 독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도량이 그 벽을 넘는 첫걸음이자 궁극적으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으리라.

 

 오늘 늦은 오후 대구에서 170여 개국이 참여해 막이 오르는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도 그 주제가 ‘하나가 되는 꿈’이다. 이를 받쳐주는 다섯 가지 방향은 대구의 영문 표기를 따서 만든 ‘꿈을 갖자’ ‘나아가자’ ‘차이를 넘자’ ‘푸르게 하자' ‘하나가 되자’이다. 대회 슬로건도 지구촌을 향해 더욱 크게 외치는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이 대회 직전 ‘반핵․반김 8.15 민족대회’를 트집 잡으면서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혀 ‘하나가 되는 꿈’에 찬물을 끼얹는 듯하더니 다시 참여 쪽으로 선회해 그나마 다행이다. 사실 이 대회 조직위와 대구시민들은 온갖 정성을 다해 북한 선수.응원단을 환대할 준비를 해 왔다. 이를 계기로 남북이 한층 가까워지고, 나아가 통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튼 이번 대구U대회는 주제가 말하고 있듯이 남북은 물론 지구촌까지 ‘하나가 되는 꿈’을 앞당기고, 모든 벽을 넘어 그 꿈을 펼쳐 미래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대구시민들은 다섯 가지 방향의 지향점들을 실현과 연결시키는 적극적인 길 트기로 풋풋하게 일어서는 모습을 세계에 널리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의 ‘하나가 되는 꿈’과 그 실현이 우리의 밝은 내일을 기약해 줄 수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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