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12-11-21 15:13

킬럼-1

신춘문예 계절에
이태수 | 조회 878

신춘문예 계절에

 

李 太 洙 <문화부장>

 

 문학 지망생들이 열병을 앓는 계절이다.

 

 신춘문예를 둔 일간지들은 이미 공모 사고를 몇차례 냈으며, 대개 12월 10일을 전후해서 마감하기 때문에 문학도들은 설렘과 진통 속에서 응모작품의 마무리에 한창일 때이다.

 

 신춘문예가 각별하게 문학도들을 설레게 하고 열병을 앓게 하는 요인은 적지 않다. 문단에 오르는 길이 80년대 이후 다양해졌지만 일간지의 이 전통 깊는 제도가 가장 권위 있고 화려한 등용문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이 뿌리 깊은 문단 등용문은 월간지나 계간지와는 달리 당선작이 수십만 부, 또는 1백만 부가 훨씬 넘는 신문의 신년호에 화려하게 소개되고, 그 작품들이 수백만의 독자 앞에 펼쳐진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백 편, 또는 수천편의 경쟁 작들과 당당하게 겨뤄 깨끗하게 당선의 영예를 안게 되고, 평소 대가들도 넘볼 수 없이 두둑한 원고료까지 받게 되기 때문에 어떤 등용문보다도 확실한 성취감을 맛보게 한다.

 

 신춘문예 제도는 1925년 동아일보가 최초로 도입했으며, 3년 뒤에 조선일보도 이 제도를 두어 쌍벽을 이루면서 다투어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하고, 한국문학의 발전을 앞당기는데 이바지했다. 동아일보 신춘문예는 당선 1호인 아동문학가 한정동 윤석중 씨를 필두로 김동리 서정주 등 수많은 문단의 별들을 낳았으며, 조선일보는 박영준 김유정 김정한 황석영 최인호 등 뛰어난 문인들을 발굴했었다.

 

 지방지 신춘문예로 가장 오랜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매일신춘문예의 경우 1957년에 출범, 그간 1백60여 명의 문인들을 발굴했으며, 1988년부터는 단편소설, 시, 시조, 동시, 동화, 문학평론 등 6개 부문을 두고 있다. 매일신춘문예는 그간 소설가 김원일 이문열과 같은 빼어난 문인들을 배출했으며, 이수남 김지연 오성찬 우호성 이응수 오정국 문형렬 권태현 박희섭 조중의 이연주 박일문 등의 소설가, 이규호 민경철 권국명 박곤걸 도광의 이재행 이정우 이진흥 김성영 이경록 윤기일 박재열 송재학 홍영철 안도현 박기영 신춘희 정라곤 박진형 최재목 강남옥 박윤배 하재영 강문숙 김왕노 김현식 이혜자 등의 시인, 김상훈 장정문 류상덕 박시교 김세환 정순량 장식환 이강룡 권형하 이문균 서숙희 이희춘 등의 시조시인, 권태문 손춘익 최춘해 권기환 권정생 김선주 하청호 노원호 김상삼 이슬기 심후섭 장갑환 홍 기 김일광 박숙희 이창모 김영종 김영운 박인숙 이용순 조영미 등의 아동문학가, 박원식 박신헌 신재개 박남일 정혜영 박 찬 최병해 손진은 등의 문학평론가들을 찾아냈다.

 

 하지만 문단에서는 ‘신춘문예 회의론’이 일기도 한다. 공개 현상모집의 공정성에도 불구하고, 한편 또는 몇 편의 작품만으로 응모자의 역량을 가늠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따르고, 모방이나 표절일 경우도 심사위원들이 가려내기 어려우며, 전문 잡지가 많아져 존속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이따금 모작 또는 표절작 시비가 일고, 심지어는 당선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한다. 더구나 같은 작품을 여러 신문에 겹치기 투고, 문단을 어지럽히고, 「참신한 신인 발굴」이라는 본래의 의도를 굴절시키면서 동료문학도들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이번 1996년도 신춘문예에는 투기와 요행심리로 문단을 어지럽히는 분위기가 말끔하게 지양되고 참신하고 믿음직한 새얼굴들이 많이 등장, 우리문학을 한층 풍요롭게 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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