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12-11-21 15:13

킬럼-1

차질 빚는 국학진흥원 건립
이태수 | 조회 838

차질 빚는 국학진흥원 건립

 

李 太 洙 <북부지역본부장>

 

 유교의 발원지는 중국이지만 근대 이후 유교문화는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찬연하게 꽃피었으며, 그 명맥도 중국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뚜렷하게 이어져왔다.

 

 공자의 사상이 중국인을 지배하던 시대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허물어져버렸다. 청의 몰락은 유교사상의 빛을 바래게 했고, 모택동이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사상 개조에 나서면서부터 중국에는 그 잔영마저 흐릿해진 상태라고 한다.

중국의 유교는 우리나라에 전파돼 많은 명현거유들을 낳았을 뿐 아니라, 그 명현거유들에 의해 더욱 새롭게 빛이 났다. 조선조에는 퇴계․율곡 등 빼어난 유학자들이 유교문화를 새롭게 정립했으며, 유교문화는 학자나 식자층 뿐 아니라 우리의 의식 깊숙이 스며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우리의 정신을 높이 끌어올려주었던 유교문화도 점차 화석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퇴계가 학문을 닦고 후학을 양성했던 도산서원을 비롯한 45개 서원을 거느리고 있는 유교문화의 본향 안동의 곳곳에는 그 정신이 맥맥히 이어지고 있으며, 퇴계가 세계적으로 빛낸 성리학의 경우 날이 갈수록 우러러보이고 있다.

 

 안동대학교와 안동시는 지난해부터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북부지역을 유교문화의 세계적 메카로 만들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한국국학진흥원」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전통 문화유산들을 발굴․정리․보존하고 연구하며 전통 문화강좌 등을 통해 우리 국민의 정신적 좌표를 확립하려는 것이 이 국학진흥원의 기본 목표이며,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 높이기와 함께 세계화에의 적극적인 동참의 길트기도 주요 덕목이라 할 수 있다.

 

 도산서원 인근 임야 5만여 평을 이용, 각종 연구시설과 유교문화 유적을 복원, 전시하게 될 이 국학진흥원은 대규모 유교문화 관광단지를 개발, 경주의 불교문화 관광단지와 공주.부여의 백제문화 관광단지를 능가하는 국학 연구와 교육의 메카로 키워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국학 연구 결과의 국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한국학의 세계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각종 종교의 세계적인 성지처럼 안동이 유교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회의적인 점도 없지는 않다. 취지와 발상은 그럴듯하나 올해부터 투자되는 예산규모만 보더라도 실망감을 안겨주며, 찔끔 공사․토막 공사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국학자료 보관실, 전통문화 연구실, 교육시설, 전문 인력 양성실, 운영지원시설 등을 갖춘 연건평 6천 평 규모로 99년에 개관할 예정이지만 조성 초기부터 중앙부처의 예산지원 늑장으로 차질을 빚었다. 올해 문체부가 지원키로 한 20억 원 가운데 뒤늦게야 15억 원이 지원돼 건축물 설계, 부지 보상, 분묘 이장 등 올해 계획된 사업들이 크게 지연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요구액이 40억 원이나 20억 원 정도만 지원될 가능성이 짙어 당초 계획보다 몇 년이 더 걸려야 완공될지도 궁금하다.

 

 더구나 이 국학원은 당초 4백13억 원 규모로 8만여 평에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2백억 원 규모의 5만여 평으로 줄어들어 과연 세계적인 명소로 부각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이 국학원의 건립은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특성을 부각시킨 2000년대 정신문화 부흥의 첫걸음이라는 인식과 시각이 요구되고 있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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