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12-11-21 15:13

킬럼-1

안동호와 지역정서
이태수 | 조회 901

안동호와 지역정서

 

 

李 太 洙 <북부지역본부장>

 

 낙동강 수역에서 가장 먼저 생긴 안동다목적댐(안동호)은 거대한 인공호수로 영남 최대의 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1971년에 착공, 1976년 준공된 이 댐은 9만kw 발전시설용량에 연간 1억5천8백만 kwh의 수력에너지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하류지역의 홍수를 막고, 농업용수를 비롯해 구미, 대구, 진해, 마산, 울산, 부산 등의 대도시와 중화학공업 기지에 생공용수를 공급, 국가 발전과 지역 개발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하지만 안동과 이 인근 지역 사람들은 안동호 때문에 바뀌어진 환경이나 여건에 대해 껄끄럽게 생각하며, 그에 따르는 불만과 요구의 소리 또한 날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다.

 

 태백에서부터 흘러드는 물이 차오르면서는 기후가 크게 달라졌으며, 그 달갑지 않은 기후나 환경의 변화는 댐도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보다는 그런 사실을 애써 회피하면서 피해 문제에만 집요하게 신경을 곧추세우는 정서를 빚게 했었다.

 

 그 때문에 이 댐이 축조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도 안동호 인근 지역을 호반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없게 한다. 댐의 등장으로 이 주변 사람들은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정도는 어느 댐 인근의 주민들보다도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춘천이 댐 건설 이후 소양호를 새로운 자연이나 변화된 환경으로 받아들인 경우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소양댐이 생긴 뒤 춘천은 ‘호반의 도시’로 이미지를 바꾸고 자연스럽게 그 환경에 적응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곳 역시 댐이 안겨주는 피해는 안동과 다를 바 없지만 주민들의 정서가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댐은 안개를 피워 올려 기침, 천식 등 호흡기 장애를 일으키고,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입히는 부작용을 낳는가 하면, 세세한 피해의 사례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고도 한다. 뿐만 아니라 침체일로의 지역 경제가 그 극복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자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 원인을 댐 건설에 돌리고 있다. 댐이 안겨준 독특한 주민의식이 형성된 셈이다. 심지어는 댐이 안겨주는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시민운동을 벌여온 인사가 국회의원 출마를 하고, 시장 선거에 나설 준비를 하는 어떤 인사는 ‘댐 아리랑’이라는 한 맺힌 책(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최근 상수원 수질개선 특별법안 국회 통과 문제로 한동안 홍역을 치른 이 지역 정치권은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댐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노태우.김영삼 전․현직 대통령이 공약한 안동국가공단 조성이 표류하다가 사실상 무산돼 주민들 사이에는 불신감이 팽배하고 있기도 하다.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떠오르는 도청 유치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는 이번 연말 대선은 물론 내년 5월 선거의 커다란 ‘말빚’으로 돌아와 주민 설득의 묘수를 찾지 못한 선량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게 됐다.

 

 안동호에 이어 임하호까지 조성돼 거대한 쌍둥이 인공호수를 갖게 된 안동지역의 사람들은 언제쯤 이 고장을 ‘호반의 도시’로 받아들이게 될 것인지. 지금처럼 개발의 정체와 낙후성을 떨치지 못하는 한 언제까지나 두개의 인공호수를 외면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안동이 전통적인 문화유산들을 고즈넉하게 품고 앉아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제2발원지인 안동호의 수질 보존을 위해 안동사람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나설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정치권이 TK(대구 경북)정서를 읽어내듯이 경북지역에서도 특이하게 형성된 이른바 BA(북부지역 안동)정서를 읽어내야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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