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5    업데이트: 12-11-21 15:13

킬럼-1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은 아름답다
이태수 | 조회 1,009

자기 일에 충실한 사람은 아름답다

 

李 太 洙<북부지역본부장>

 

 새해를 맞으면서 카뮈가 새삼 떠오른다. 소설 「이방인」과 에세이 「시지포스의 신화」 등으로 널리 알려진 카뮈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집요하고도 명석하게 제기해 우리를 새로이 눈뜨게 한 작가이며 철학자이다.

 

 「시지포스의 신화」를 통해 그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데 있다”고 했다. 이 명제는 언뜻 보기에 평범한 물음으로 보여 지기 쉽다. 하지만 이 물음을 놓고 따져보면 범상한 차원을 훨씬 넘어서 있음을 알 수 있다.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확실한 해답도 얻기 어려운 물음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떤 존재로 살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고 있다. 왜 태어났다가 살아가느라 아웅다웅하고 무엇 때문에 죽어 가는지,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얻어내지 못했으며, 아마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도 버리지 못하게 한다.

 

 카뮈는 삶의 의미가 없다면 스스로 죽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마찬가지로 죽어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문제는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삶에 있어서의 의미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죽느냐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보람을 찾을 수 있느냐’에 문제의 초점이 모아진다고나 할까.

 

 카뮈는 인간의 운명을 시지포스의 ‘비극적 처지’에 비유했다. 시지포스는 자신이 산꼭대기에 올려놓은 무거운 바윗돌이 다시 굴러내리면 끊임없이 되풀이해 올려놓아야 하는 ‘고통스러운 벌’을 짊어지고 살았던 신이다. 그는 바윗돌을 산꼭대기로 올리면서 그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헛된 일이라는 사실에 아무런 환상도 갖지 않았었다. 카뮈는 시지포스의 경우 오히려 바로 그런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묘사하고 있다.

 

 보람 있는 인생은 그러므로 어떤 결과를 끌어내는 데 있지 않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보람이 찾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높은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이상에 바쳐진 최선의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새해의 새 날이 밝았지만 지금도 온 나라가 어둡고 무겁고 뒤숭숭하다. 경제 난국에 국제통화기금 한파까지 몰아닥쳐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끝이 보이지도 않는다. 이런 와중에서도 오직 자신의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고귀해 보인다. 그런 사람들의 직업이 숭고해 보이기도 한다.

 

 철학자 박이문 교수는 “누구이고 어떤 것이건 그때마다 자신이 최선으로 확신하는 신념을 원칙으로 삼아 그런 원칙대로 살아가는 태도, 즉 자기 자신에 대해 정직하게 살아갈 때, 그의 삶은 가장 아름답고 가장 고귀하며 보람에 차 있다.”고 어떤 에세이에서 밝히고 있다. 동감이다.

 

 우리는 이제 다시 새로운 각오로 이른바 ‘총체적인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 최선의 길을 찾아 부단히 걸어야만 한다. 모든 사람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에 충실할 때, 그런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지고 힘을 낼 수 있는 사회가 이루어질 때, 모든 사람들이 그의 삶 자체의 가치에 눈을 뜨고 삶 자체를 보다 귀하고 아름답게 창조해나갈 때, 오늘의 이 암울한 상황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고, 다만 한번은 통과해야할 어두운 터널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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