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5    업데이트: 21-02-03 16:26

자유로운 이야기

이태수 인형께 - 如鄕  이기철 信
아트코리아 | 조회 483
이태수 인형께
 

요즘은 누구나 모두 그렇겠지만, 통 의욕이 나질 않고 사람살이가 이런 것인가 하는 자괴감마저 드는 시간입니다.
그런 적요한 시간에 태수 형은 부지런히도 시집 <유리창 이쪽>을 내셨네요. 청도에도 주당 한 번쯤 가는데 책을 쌓아놓고도 왠지 들출 마음이 생기지 않다가 어제서야 시집을 읽었습니다. 반쯤 읽고 이 편지를 씁니다만, 참도 용하게 본래의 정서를 잃지 않고 견지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앞섭니다.

세상을 한 발짝 멀리 두고 관조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내 세계 안으로 끌고 와 세상을 보듬어주려는 詩情은 우리에겐 친근하고 낯익은 친구 같은 것이지요. “그가 나를 와락 끌어안을 때/피가 뜨겁게 돌듯이,/벚꽃들은 와락 피었다 와락 진다(「와락」), ”그리운 사람들/마음에 들어앉히며 또 몇 잔//수선화가 오기를 기다리면서/다시 몇 잔(「매화 지는 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함께 담소하면서 술잔을 기울인지도 퍽이나 오랜 것 같네요. 좋은 날(코로나 지는 날) 만나서 이런저런 세상사 얘길 하면서 소주 한잔 나눌 수 있길 바라면서, 본래 소주와 맥주는  이형한테서 배운 거니까! 우리 건강하게 이 병원균을 이기고 활짝 웃읍시다. 그런 날 학수고대합니다.

4월 21일 오후,  如鄕  이기철 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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