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5    업데이트: 21-02-03 16:26

자유로운 이야기

이태수 선생님께_이진엽
아트코리아 | 조회 1,049
이태수 선생님께
 
그간 편안하셨습니까? 열네 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와 시선집 출간을 진심으로 심축 드립니다.
설레고 기쁜 마음으로 선생님의 시편들을 음미하였습니다. ‘햇살, 별, 불빛, 아침, 새소리, 풀잎’ 등의 밝고 투명한 이미지와 결합된 향일성(向日性) 또는 향관성(向光性)이 삶의 생기를 샘물처럼 떠올려 주었습니다.
빛을 지향하며 생(生)의 푸른 에너지를 천착하시는 이런 경향은 이어서 ‘꿈;의 모티프로 형상화되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꿈은 「천사 떠나고」, 「안 보이는 손길이」, 「이슬방울 하나」, 「꿈꾸듯 말 듯」 등의 시에서 맑은 날갯짓으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날아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현실 초월과 존재의 비상을 끊임없이 꿈꾸기, 선생님 시의 핵심을 탐닉하다보니 ‘길’을 찾아 떠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래선지 이번 시집에는 ‘길’과 관련된 시편들도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보라풍등」, 「네 뒷모습」, 「진창길」, 「강가에서」, 「외딴마을 붗빛」 등……
외롭고 고단한, 때로는 서성이거나 떠도는 이 실존의 고적한 길에서 참돤 자아를 찾으시고자 하는 구도자적 염원도 빛났습니다. 이 자기동일성 회복의 시편들, 이를테면 「눈을 떠도 감아도」, 「부재」, 「꿈꾸듯 말 듯」,「그와 나」 등과 같은 시에서는 잃어버린 자아의 온전한 봉합을 꿈꾸는 절한 소망이 돋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경향들은 결국 타자와 ‘나’를 분별 또는 찹ㄹ하지 않고 하나로 포용하려는 크고 넓은 정신으로 수렴되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45년으 경이로운 시력이 말해주듯, 시 쓰기를 통해 원융회통의 깨달음을 “분할된 안팎을 아우르는 꿈”(「유리창」)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좋은 시 쓰기와 표양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신 선생님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시집 간행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내내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를 빌겠습니다.
 
2018. 5. 2
 
이진엽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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