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0-12-29 10:14

칼럼-5

참담한 한해를 되돌아보며——경북신문 2019. 12. 30
아트코리아 | 조회 675
참담한 한해를 되돌아보며——경북신문 2019. 12. 30
 
 
한해를 보내면서 마음 가벼운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정권 유지와 창출에만 혈안이 된 위정자들의 온갖 추태가 넘쳐나고 있어 나라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 혼탁한 정치풍토에 종교 지도자들의 새해 메시지가 ‘경청’, ‘여유’, ‘배려’라는 덕목에 모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다른 이들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 공존’하기를, 불교 조계종 진제 종정은 ‘내가 그대로 우리가 되고, 이기심이 이타심이 되며, 아만심(我慢心)이 그대로 자비심’이 되기를 일깨우고 있다. 한국교회연합 권태진 대표회장의 ‘진정 국민을 위하고, 두려워할 줄 아는 선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지도자로 세워지기’를, 불교 천태종 도용 종정의 ‘우리 모두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 막힘없이 흐르는 가운데 자비로 서로를 배려하자’는, 조계종 원행 총무원장의 ‘새해에는 아집과 욕심을 내려놓고 청정한 수행과 성찰을 통해 희망을 향해 나아가자’는 메시지들 역시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
올해를 되돌아보면 우울하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조국 사태’를 비롯해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 의혹, 패스트트랙 대치와 ‘동물국회’, 북핵 위협과 긴장 고조, 한일 극한 대립 등 떠올리기조차 처참하고 민망스럽기 이를 데 없다. 더구나 이 모든 일들이 과거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 더욱 그렇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로 시작된 ‘조국 사태’는 하반기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으며, 국민을 좌우 두 쪽으로 확연하게 갈라놓았다. 게다가 조국 전 장관 발(發) 국정 혼란은 민정수석 재임 때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으로까지 번져 송철호 선거를 둘러싼 비리 수사가 청와대 겨냥으로도 진전되는 상황이다.
민주당과 군소 정당(4+1) 등 범여권이 제1야당인 한국당의 극렬한 반대에도 ‘누더기선거법’을 강행 처리하는 헌정사 초유의 기록을 남기면서 ‘동물국회, 폭력국회’를 연출하는가 하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야당이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까지 막무가내로 상정했다.
외교 문제를 되돌아봐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국무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도 결렬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데도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이 와중에 대통령은 ‘평화 경제’, ‘동북아 철도 공동체’ 구상을 하고, 통일부 장관은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 ‘금강산+알파’ 관광 추진을 주장하고 있으니 할 말을 잃지 않을 수 없다.
무역 갈등과 지소미아 종료 논란으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기도 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은 일본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을 막고 수출절차 우대국에서 우리나라를 배제했다.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종료 카드를 꺼내며 반격해 두 나라 관계는 그 해법이 미궁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진실을 보고 알면서도 침묵을 지키거나 외면해 버린다면 사회의 선한 질서는 무너져버리고 말 것이다. 위정자들이 허위를 진실로 둔갑시키는 것은 역사의 궁극적인 목적을 폐기하는 잘못이며, 이기적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사회 전체를 위한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이다.
철학자 김형석 박사는 어떤 글에서 ‘그런 사람이나 집단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 방법을 써도 잘못이 아니라는 엄청난 독선적 사고에 빠진 사람들’이라며, ‘독재정치와 공산주의 사회가 그 길을 택했다’고 일깨우지 않았던가. 또한 그는 ‘불행하게도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회악을 저지르는 지도층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정권에 따라 진실을 외면하며 애국적 양심을 버리고 이기적 선택을 한다면 국가의 장래는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들은 진정 깨어 있어야 한다. 위정자들이 ‘큰 힘을 따내기 위한 큰 힘 만들기’에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반드시 잘못된 힘을 견제하고 억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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