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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6

[이태수칼럼] 금관총 변신에 기대한다 / 2021.03.01 / 경북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258

금관총 변신에 기대한다

-------경북신문 2021. 3. 2
 
 
문화는 인간이 지닌 ‘높은 정신의 소산’이다. 그 민족의 문화유산이 얼마나 뛰어나고 얼마나 잘 보전‧보존되고 있느냐에 따라 문화선진국이 되고, 못될 수도 있다. 더구나 세계의 여러 나라가 그렇듯이,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보전하는 문화선진국들은 그 ‘높은 정신의 소산’들이 관광 자원화로 이어져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
나라와 민족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던 백범(白凡) 김구(金九)는 일찍이 ‘나의 소원’이라는 저서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소망하면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보는 문화유산에 대해 그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그릇된 문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적잖아 우리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문화유산이 개발 논리에 밀려 훼손되고 파괴되는 경우를 적잖이 보아 왔다. 심지어는 눈 밝은 도굴꾼들 때문에 문화유산 보존에 타격을 받거나 그럴 위험성에 노출되기도 했다.
신라 천년의 고도인 경주의 개발이 한창이던 지난날, 한 도굴꾼이 신라 금관을 고분에서 훔쳐낸 적이 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조차 상상하지 못한 곳에서 금관을 찾아낸 이 도굴꾼의 수법은 그야말로 기발했다. 아예 유물이 있을 것 같은 언덕 옆의 집에 전세를 들어 밤중에 몰래 땅을 파고 도굴했으며, 수사망이 좁혀지자 금관을 녹여 증거를 없애려고 하다다 미수에 그친 적이 있다. 경주박물관에 소장된 교동 신라 금관이 바로 그 도굴 문화재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유네스코는 1954년에 ‘무력 분쟁시의 문화재 보호를 위한 조약’을 만들어 문화재의 정의를 상세히 규정한 바 있다. 그 뒤 흩어져 있던 문화재를 인류가 공유하는 재산으로 인정하고, 그 범위와 대상을 계속 넓혀 왔다. 지난 1993년부터는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 의해 등록된 문화재는 영구보존을 위한 기술과 재정지원을 했다. 경주 불국사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문화재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점차 그 지정도 확대됐다.
경주 금관총(金冠塚)이 유물 보존과 현대적인 전시공간으로 새롭게 변신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주시는 최근 금관총을 옛 무덤 형태로 복원된 천마총과는 달리 지붕을 제외한 외벽을 투명한 유리로 마감한 현대적 건축물로 이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공간으로 올 연말에 변신시키겠다고 밝혔다.
경주 노서동 금관총 부지 일대에 사업비 64억 원을 들여 연면적 1461㎡에 지상 1층 규모로 조성될 이 공간은 유물 보존과 전시뿐 아니라 교육‧홍보자료 운용 등으로 운영해 신라 고분과 당시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명소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보 제87호인 금관총은 돌무지덧널무덤 형태의 고분으로 일제 강점기였던 1921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신라 금관이 출토됐던 곳이다. 이 고분에서는 당시 금제 고리 장식칼, 금동제 투구 등의 무기, 금팔찌, 금제 허리띠 등의 장신구를 비롯해 유물이 무려 3만여 점이나 출토됐었다.
문화전통에 의한 국가 경쟁력을 내보일 때 국제사회에서 대접받고, 공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금관총의 새로운 변신은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백범이 외쳤듯이 우리 민족이 세계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높은 문화의식을 지녀야 하고, 자긍심도 드높여야 한다.
한 나라가 지닌 문화재에서 민족정신과 슬기, 문화의 차원을 짚어보게 한다. 문화재란 이미 사라진 역사를 되찾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위대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무게는 깊고 값진 것이므로 한순간의 잘못으로 문화재들을 훼손시킨다면 죄악이 아닐 수 없다.
금관총의 새로운 변신을 계기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문화재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높은 문화의식이 더욱 확산돼 문화선진국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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