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37    업데이트: 22-12-1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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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담박한 맑음과 해학의 선(禪)묵화가 '담원' 김창배 선생
아트코리아 | 조회 475
(서울=우리뉴스) 방현옥 기자 = 차 향기 가득한 담원 김창배 선생(이하 담원 선생)의 서화실을 찾아 따뜻한 녹차 한잔과 함께 '선(禪)묵화'와 서예에 대한 선생의 고견을 들었다.



'텅빈마음' - 담원 선생 작(사진= 방현옥 기자)
선생님 茶 향이 가득합니다.

담원 선생 : 차(茶)에 관심이 많아 차를 끓이고 차를 마시며 차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차가 가지는 정신의 향기를 바탕으로 차 마시는 풍경이나 차 스토리를 연구하며 그림에 융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茶를 중심으로 표현한 그림이라 '차묵화'라 하기도 하지만 선(禪)에 대한 지식이 없고서는 그릴 수 없는 그림이라 '선(禪)묵화'라고 한다.

붓을 잡으면서 차에 대한 그림을 그렸으니 선묵화와의 인연이 50년이 돼 가는데 10여년 전 선묵화 장르를 창시했다. 한국미술협회의 전통미술 분과 안에 ‘선묵화’ 분과가 존재한다. 2010년부터 미협에서 공모전을 채택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감격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자명탐화' - 담원 선생 작(사진= 담원 선생 제공)
禪묵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담원 선생 : 일련의 마음공부를 통해 창작되는 작품을 일컫는다고 보면 된다. 심오한 생각을 통해 마음을 정화하고 그럼으로 표현되는 작품이다. 다선일여(茶禪一如) 혹은 선다일미(禪茶一味)라는 말이 있는데 차를 마시는 것과 禪을 수행하는 것, 즉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 같다는 말이다.

선묵화는 깨달음의 경지와 예술적 혼이 담긴 예술작품이자 불교 수행 방법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데 禪이 가지는 심오한 정신세계를 담고 있는 그림이라 생각한다. 석·박사 논문을 모두 茶와 회화, 禪사상에 대한 내용으로 학위를 받을 정도로 심취했던 것이다.


'다성초의 선사 동다송' ' - 담원 선생 작, 서각 - 신창도 선생(사진= 방현옥 기자)
금추 이남호 선생님께 사사하셨네요.

담원 선생 : 어릴때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재능도 있어 미술에 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이름을 듣고는 무작정 찾아뵙고 제자로 거둬 달라 청해 허락을 받았다. 금추 선생은 단원 김홍도의 전통 화맥을 이어오신 이당 김은호 선생의 제자시다. 나는 김홍도 가문의 후손이기도 하며 김홍도 화맥의 9대 제자다.

스승님께서는 “붓을 잡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고 인격을 쌓은 후에야 붓을 잡아야 한다”고 하셨다. 제아무리 그림을 잘 그리고 글씨를 잘 쓴다 해도 인격이 잘못되면 존재가치가 없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그분의 말씀을 항상 맘에 담고 있다.



'반야다라존자'​ - 담원 선생 작(사진= 담원 선생 제공)
선생님 출판하신 책이 정말 많으세요. 

담원 선생 : 그림을 그리며 茶에 대한 책을 14권 저술하고 15권은 글 내용에 맞춰 그림으로 참여했다.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심취했다. 하루 3시간 정도밖에 안 잤지만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적게 자면서도 몸의 피로가 없었고 그림 그리는 시간 4시간이 4분처럼 지나갔다.

예전에는 붓을 잡으면 글씨와 그림, 전각 셋 다 해야 했다. 오랜 시간 선묵화를 그리며 서예 글씨를 쓰고 전각도 함께 했다. 그 때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 힘들거나 지치는 게 아니라 엔돌핀이 돌고 오히려 기쁨의 시간이었다.


백자 달항하리 '솔방울로 차를 다리며' - 담원 선생 작(사진= 방현옥 기자)
선생님 그림에 인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담원 선생 : 크게 보면 두 부류의 소재가 화면을 구성하고 있는데 하나는 인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군자를 비롯한 화조, 초충 등의 물상들이다. 인물의 경우 차를 즐기는 승려뿐 아니라 남녀노소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그려낸다.

찻잎을 따고 차를 만들며 보관하고 차를 마시는 법을 표현하고 차와 어우러지는 인물을 함께 그리는데 요즘 인물화를 그리는 이들이 별로 없다. 수묵의 간결함에 활기찬 붓질과 세밀한 붓놀림으로 불교의 마음 수행을 고요하게 그려내며 여백의 미를 살린다. 내가 좋아서 그린다. 

화로에 불을 지피고 무쇠 솥에 차를 덖는 모습, 온 가족이 둘러앉아 차를 즐기는 풍경, 온돌방에 빙 둘러앉아 정담을 나누었던 모습 등을 화폭에 담는다. 그런 그림을 보는 이들도 옛정취와 정겨움, 따스함을 느끼면 하고 바란다. 


'차회' - 담원 선생 작(사진= 담원 선생 제공)
서예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담원 선생 : 서예는 긴 시간을 들여 끝까지 해야 하는데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지난 세대와 달리 현세대에게 인고의 시간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끈기와 인내의 부족도 있고 우리문화를 잘 몰라서거나 혹은 도외시하기도 한다. 서예로 개인의 부나 이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있다.

한글의 세계화와 한글 디자인의 발전은 고무적이지만 전통 서체 역시 중요하며 함께 이어가야 한다. 전통 서예가와 화가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맥이 이어질 수 있다. 서예진흥법이 생기긴 했지만 서예와 한국화에는 무형문화재 지정조차 하지 않는다. 


'남해바다 차회' - 담원 선생 작(사진= 담원 선생 제공)
앞으로의 나아갈 길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담원 선생 : 대학에서 서예과가 없어지고 인사동의 전통 문화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서예술을 하는 예술가들이 예술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문화 예술이 세계무대에서 한류의 거대한 물줄기가 돼 전 세계인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음악과 영화, 드라마, 음식 등은 지구촌에 그 반향을 크게 일으키고 있으나 미술 특히 전통 회화 분야는 한류의 한 축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 전통예술 분야의 독창적인 장르로서 당당히 자리매김 되고 있는 禪묵화뿐 아니라 서예 글씨, 문인화, 민화, 불화 등 한국의 미술이 세계인들의 심미감을 사로잡을 날도 멀지 않으리라 본다. 한국인 고유의 문화적 분위기와 정서가 유감없이 발현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서예가들이 함께 예술이 가지는 정신적 가치를 바탕으로 노력해 나가길 바란다.


 차와 차향을 즐기는 담원 김창배 선생(사진= 방현옥 기자)
한편 담원 선생은 '단원김홍도 화맥 담원 김창배 명가 명문전'을 기획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 전시회로 담원 선생과 문화생들 80여명이 함께 240여점의 작품으로 참여한다.

내년 2월8일부터 14일까지 인사동 한국미술관 2층에서 열릴 예정이다.

[담원 김창배 선생 프로필]

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장·운영위원 역임
서예문인화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위원
제10회 한국미술상 수상
한국 문인화 100대 화가 선정
(사)한국미술협회 선묵화 분과 위원장
저서 차한잔의 풍경, 차한잔의 명상, 동다송, 선묵화법, 달마기법 등 총 29권 출간
2018년 8.15 광복 세계미술축전 조직위원장 역임
평창 동계올림픽 세계미술축전 조직위원장 역임
KAC한국예술원 교수, 학과장 역임
문화예술학 박사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한국 문인화연구회
담원 TeaArt 디자인 연구소 소장
담원 갤러리 운영

출처 : 우리뉴스(민영뉴스통신사)(http://www.woor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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