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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정원

[손영학의 전통문화이야기] 물질문화 연구 2017-07-26 영남일보
아트코리아 | 조회 588
문화연구에 있어서 물질문화는 중요한 분야다. 물질문화는 인간이 생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창조해 낸 물질적 측면, 즉 ‘물질적 형상을 갖는 것’을 가리킨다. 인류학에서 “인간 생활의 산물에 내재하는 문화”로서의 물질문화에 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E.B.타일러는 “문화는 관습, 신앙 등은 물론이고 손도끼, 쟁기 등의 구체적인 사물뿐 아니라 발화(發火), 고기잡이 등의 기술까지 포함하는 인간 고유의 사물과 사건들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말리놉스키는 “물질문화는 모든 문화 요소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하나의 조건으로서 우리는 물질문화를 다른 문화 요소와 분리해서 연구할 수 없다”고 하였다.

물질문화가 ‘문화의 산물로서 인공물(artifact)’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인공물에 반영되어있는 문화를 어떻게 탐구하여 발견할 수 있는가 하는 과제는 문화연구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이 물질문화의 연구는 기술적·사회적·역사적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문화적인 접근으로 분석이 이루어졌다. 

인간이 필요에 의해서 제작(생산)하고 사용(소비)하는 인공물에는 문화적 방식이 개입되고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도 물질문화에 대한 연구는 확연히 미약하다. 그동안 물질문화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고고학자, 미술사학자, 박물관학자들에 의해서 이루어졌으나 2000년대 이후 민속학과 인류학에서도 폭넓은 연구가 펼쳐지고 있다. 배영동 교수(안동대 민속학과)의 논문에서 보듯이 결국 인공물 연구를 통해 문화연구의 영역을 확장하고 그의 분야에서 해명하지 못했던 사실을 규명할 수 있다는 점이 물질문화 연구의 필요성이자 당위성이다.

2002년 2월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이라는 흥미로운 전시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른바 ‘생활재 생태학적 접근’을 시도한 전시다. 특별한 명품이나 보물이 아니라 직접 생활에 사용되는 물건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려는 학문이 ‘생활재 생태학’이다. 작은 액세서리 하나에도 구입시기와 이용방법 등을 자세히 기록해 놓아 생활문화를 촘촘히 이해하도록 했다. 3개의 기획전 가운데 ‘현대일본문화 읽기’ 파트에서는 40대 샐러리맨의 일과와 여대생의 방 등 일본인의 평범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의 파트너인 일본국립민족학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반포의 32평(약 105.7㎡) 아파트에 사는 이모씨의 집안가재도구 4천여점을 전부 사 가지고 가서 ‘2002년 서울스타일’이라는 전시를 개최했다. 이 전시가 도화선이 되어 다른 전시장에서도 ‘미래의 유물전’ 같은 전시가 이어졌다. 

지역의 사립박물관과 대학 박물관은 많은 물질문화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민구(民具)라는 용어로서 생활상에 사용되는 각종 도구를 조사 실측하여 지속적으로 자료집성을 행하고 있듯이 단지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전시로 이어져야만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생활 속에서 함께해 온 물질문화 자료는 문화적 전통과 생활양식의 고유성을 뿌리 깊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문화원연합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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