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41    업데이트: 22-01-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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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등에 업은 누이…세상 어떤 꽃보다 더 고왔네
아트코리아 | 조회 927
날 등에 업은 누이…세상 어떤 꽃보다 더 고왔네
꽃과 유년시절의 기억들파스텔 색채 속에 담아3일까지 수성아트피아
 
 


어느 여름 어린 소년은 아버지를 마중가는 누이 등에 업혀 집을 나섰다.
그럴때면 여름이 왔음을 알려주던 능소화가 먼저 나와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소년이 반가웠던 능소화는 방긋거리며 함께 마을 어귀를 내려다봐 주었다.
그 배려에 동한 소년은 그제야 마음 놓고 단잠을 청했다. 
사실 저 재우기 위해 업혀 나온 줄도 모르고. 한잠에 빠진 소년은 누이의 좁은 등이 아닌 넓은 품을 느끼면 잠결에 아버지가 오셨구나 했다. 
누이를 둔 중ㆍ장년이라면 그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 떠올릴 법한 스토리다.
아니, ‘이건 내 이야기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터. 정말 그렇다면 작전은 성공이다.
감상자 누구나 나름의 기억을 더듬어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그림을 그렸다는 그의 작전이 통한 것이다. 
 
한국화가 한영수는 어렴풋한 기억을 바탕으로 오늘날 중ㆍ장년층의 유년시절을 고스란히 끄집어냈다. 
 
겨우 한뼘 남짓 큰 키를 자랑하던 형님, 단발머리 누이, 늘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던 막내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화폭에 담겼다. 
 
그의 열네번째 개인전 ‘아름다운 기억’이 지난달 28일부터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유년시절의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을 매개로 서정적이고 스토리가 있는 그림 22점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 작품 대부분은 크고 작은, 그리고 서로 다른 종류의 꽃으로 저마다의 향내를 뽐내고 있다. 
사라질세라 그가 고이 간직해둔 유년시절 아련한 기억도 꽃과 함께 봉오리를 터트리는 중이다.
 
한영수 작가는 꽃을 이번 전시 주제로 담은 이유에 대해 “누구나 아름다움을 갈망하기 마련이다.
세상 만물 가운데 아름다움과 동시에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많다.
그중에서도 꽃은 단연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꽃과 유년시절의 기억은 아름다움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현재를 이어줄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선명한 기억에는 화사한 파스텔톤의 색감이 사용됐다. 
묘하면서도 신비로움의 상징 보라색도 많이 사용됐다. 
 
그는 “떠오르는 기억의 정도가 얕거나 또는 오래된 기억을 표현한 작품일수록 회색을 사용해 마치 빛이 바랜 것 같은 효과를 줬다. 
그리고 기억의 저편을 묘사할 때는 검은색을 활용해 떠오르지 않는 기억까지 담아내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의 작업은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시작해 기억을 정리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한 작가는 “생각을 다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직접 경험한 것과 본 것, 느낀 것 등은 잠재된 생각과 기억 속에 머물러 있다.
어떤 식으로든 형태를 깨부수며 작업을 하고자 했다”며 “다른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잠재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 화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3일까지, 문의:010-2544-5547.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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