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8    업데이트: 22-10-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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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길을 찾아서…
아트코리아 | 조회 2,179

·몽골 아티스트 3<자연유희自然遊戱>

Kim, il-hwan, Tumurbaatar Badarch, Sh.Chimeddorj

 

 

낯선 길을 찾아서

 

몽골은 나로 하여금 먼 조상의 영혼을 좇아 헤매는 하이에나가 되게 한다. 같은 몽골리언으로 나의 무의식속에 존재하는 선조들의 흔적을 찾아 태고太古의 향수를 나의 감성에 젖어들게 하기 때문이다. 늘 그러하듯이 이러한 나의 바람은 내 몸속 핏속에 흐르는 선조들의 영적인 이미지를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전수 받고자 하는 욕심에서 기인한다.

오래전부터 나는 <자연유희自然遊戱>라는 주제로 그림을 그려왔다. 인간도 순수한 자연물인 관계로 자연만물과 더불어 노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광활한 대자연의 초원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그 깊은 고뇌의 뜻을 음미하며 한없이 노닐고 싶은 마음에 8년 전과 작년에 걸쳐 그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몽골의 초원은 엄마의 품속같이 자연의 숭고崇高함을 간직한 곳이다. 탁 트인 시야는 끝없이 아물거리는 지평선에 머물게 하고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들은 무슨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기의 모습을 땅위에 그늘로 내려놓기에 바쁘다. 그리고 이름 모를 들꽃들을 무수히 피워 놓고 여러 동물들을 초원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이러한 한가롭고 목가적인 풍경에 도취되어 그 느낌을 계속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 풍광들을 화폭으로 담아내어 작년 겨울 한 차례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이번 818일부터 23일까지 한국에서 개최되는 이번 교류전은 몽골을 대표하는 중견화가 두 분과 함께 마련된 3인전이다.

동기와 목적은 같은 몽골리언으로서의 동질성을 찾아 역사적 지역성을 초월한 동시대의 예술적 언어로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러한 느낌을 표현해 보자는데 있다. 이러한 생각은 8년 전의 감흥에 이어 작년 방문 기간 동안 이들 몽골작가 두 사람의 안내로 그들의 도시와 초원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구석구석 탐색하며 풍물을 접하고 체험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이루어진 수많은 드로잉 작업과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다보니 자연에 대한 사고와 인식을 감성적으로 공감하게 되었다. 이렇게 공감된 마음을 작품으로 나누고자 한국에서 자연유희라는 주제로 대자연의 만물에서 받은 감흥을 각자의 조형적 언어로 표현하여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전시회를 갖게 되었다.

이번전시에서는 본인은 몽골의 초원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보다는 수평적인 물의 다양한 변화 속에 보이는 수직적인 갈대줄기 그리고 한가로이 노니는 고니들, 이러한 가상적인 설정을 통해 자연유희의 의미를 되새기며 동양의 음양사상을 공간적 여백미로 표현 하고자 하였다.

몽골작가 투무르바타르 바다르치(Tumurbaatar Badarch)는 몽골 미술계를 대표하는 현 몽골미술협회장이다. 그의 첫인상은 콧수염과 굳게 다문 두툼한 입술 그리고 사각형의 단단한 턱선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인상을 보여주었다. 외적인 이미지에서 풍기는 것처럼 성격 역시 과묵하고 근엄하였으며 건장한 체구는 마치 어느 부족의 족장을 연상케 하였다. 그의 작품 또한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같다. 풍경화나 일반 사생적인 그림에서 보면 물체에서 드러나는 고유 색채에서 벗어나 작가의 의도대로 구사된 강렬한 채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그의 내면적인 야성이 원초적인 본능에 기인한 자연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강렬한 그의 작품은 비록 비구상회화를 추구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연물에서 느껴지는 분자分子적 해체의 구조성을 연상케 하기도 하고 몽골의 전통적인 문양紋樣과 설화說話적인 이미지를 차용하여 제작된 그림은 주술적呪術的인 신비로움과 각종 부적符籍에서 엿볼 수 있는 벽사辟邪적인 의미를 부여해 주기도 한다.

치메드도르지 샤다르자브(Sh.Chimeddorj)는 국제적으로도 알려진 몽골의 대표 작가이다. 그는 아담한 키에 레슬링선수와 흡사한 단단한 체구를 지닌 화가이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와 같이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친근감을 갖게 한다. 그는 타고난 화가의 기질을 갖고 있다. 일상에서도 늘 펜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가 손에 잡히면 언제든 화지에 그적거리거나 보이는 대로 그려내는 습관을 갖고 있다.

평소 그의 작업량은 엄청나다. 그의 그러한 습관이 오늘날 몽골의 대표작가로 알려지게 된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그는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동물의 모습들을 많이 그려왔다. 특히 그의 말 그림은 유명하다. 그는 동물의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하여 과장, 단순,생략등을 가미하여 초현실적인 요소를 반영하고 있다. 그는 회화 뿐 아니라 조각 작품도 구사해내는데 때로는 몽골의 풍속이나 생활상의 한 부분을 우화적寓話的이고 동화적童話的으로 동심童心의 이미지로 표현해 내기도 하였다. 그는 한마디로 모든 걸 구사해 낼 수 있는 천재적인 작가이다.

흔히 몽골사람들은 엄마 뱃속에서 부터 말을 타고 태어나면 말잔 등위에서 자란다고 한다. 바로 초원이 그들이 거주하는 집이고 방이자 이불이며 엄마품속과도 같다고 한다.

바로 이들 몽골작가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초원을 누비며 말 등에서 예술가의 꿈을 키워왔다.

이번전시를 통해 초원의 향기가 강한 몽골의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하여 같은 혈통으로 이어진 우리 선조들의 숨결을 함께 느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번전시의 주테마인 자연유희를 통해 잠시나마 감성이 정화淨化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15. 8

-서양화가 김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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