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3-09-20 14:32

석도화론

​15. 원진 (遠塵)
관리자 | 조회 58
15. 원진 (遠塵)

 

   사람이 물욕에 눈이 가리어지면 즉 오염된 세상 만사와 사귀게 되고 사람이 물질에 부림을 당하면 마음에 피로를 받는다. 피로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면 스스로 훼손되고 오염된 상태로 필묵을 잡으면 스스로 자기의 사상에 구속을 받는다. 이와 같이 일종의 국한된 상황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스스로 손실을 가져와 이익됨이 없고 마침내 그 마음 역시 불쾌하여진다.

  그러나 나는 물질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무렇게나 따르면 물질에 눈이 아무렇게나 가리어지고 오염을 아무렇게나 사귀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마음이 피로하지 않고 마음이 피로하지 않으면 좋은 그림을 잘 그릴 수가 있다. 그림이란 사람마다 그릴 수는 있어도 일획의 묘미(妙味)는 사람마다 있지 않다. 그림이란 사상을 귀하게 하여 사상을 집중시키면 그 사상이 하나로 되어 비로소 마음에 그리고자 하는 그림이 만족하게 떠올라 그림을 그리면 곧 정미(精微)한 의경(意境)에 들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해진다.

[출처] 15. 원진 |작성자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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