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3-09-20 14:32

석도화론

​13. 해도(海濤)
관리자 | 조회 60
13. 해도(海濤)

 

   바다엔 홍류(洪流)가 있고 산에는 잠복(潛伏)이 있다. 바다엔 머금고 내뿜음이 있고 산에는 공읍(拱揖)이 있다. 바다에는 조수의 운행(運行)이 있고 산에는 혈맥(血脈)이 있다. 산에는 층암절벽과 첩첩이 싸인 봉우리와 깊은 골짜기와 높은 벼랑과 높고 뾰족하고 우뚝 솟은 모양도 있으며 또 아지랑이 기운과 안개와 이슬과 연운(煙雲)이 깔려  있어 오히려 바다의 홍류가 밀리는 것 같고 삼키고 내뿜는 것 같으나 이것은 바다의 조수의 운행은 아니고 역시 산 스스로 있는 의젓한 모습이 바다에도 있다. 또 바다의 의젓한 모습은 산의 의젓한 모습에 있는데 바다는 넓고 넓으며 바다는 넓고 두터우며 바다에는 해소(海嘯)가 있으며 바다에는 신기루(蜃氣樓) 같은 기운이 있으며 바다에는 높은 파도의 출렁거림이 있으며 해조(海潮)는 산봉우리와 같고 해석(海汐)은 산마루와 같다. 이것이 바다의 의젓한 모습이 산에 있어 바다가 아니고는 산의 의젓한 모습을 볼 수가 없으며 산과 바다의 의젓한 모습이 서로 이와 같을진대 화가는 이와 같은 것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영주(瀛州), 낭원(閬苑), 약수(弱水), 봉래(蓬箂), 현포(玄圃), 방호(方壺)와 같이 신선들이 사는 곳을 바둑판이나 별자리처럼 그 분포를 따라 그리면 물의 근원이 모든 산의 산맥에 있음을 짐작하여 알 것이다.

  만약에 바다를 그리는 화법에만 능하고 산을 그리는 화법에는 능숙하지 못하며 반대로 산을 능숙하게 그릴 줄 알고 바다를 능숙하게 그리지 못한다면 이것은 화가로서 망령된 일이다.

  나의 회화 경험은 산이 즉 바다요 바다가 즉 산이므로 산과 바다를 알고 나서 나는 그림을 그린다

[출처] 13. 해도 |작성자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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