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3-09-20 14:32

석도화론

11. 혜경(蹊徑)
관리자 | 조회 61
11.  혜경(蹊徑)

 

  산을 그리는 방법에는 여섯 가지 법칙이 있다. 즉 경치를 그리되 산을 의식하지 않는 방법, 산을 그리되 경치를 의식하지 않는 방법, 산수를 거꾸로 그리는 방법, 모자란 경치를 빌어 넣어 그리는 방법, 쓸데없는 경치를 재단해 버리는 방법, 험준한 경치를 그리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이 육법은 쉽게 판명된다.

  경치를 그리되 경치를 의식하지 않는 것이란 산의 본모양이 겨울 같을 뿐이며 그 경치와 구도가 봄과 같을 뿐이며 그 산은 봄과 같이 보일 뿐으로 이것이 산을 그리되 경치를 의식하지 않는 방법이다. 수목(樹木)이 고졸하고 순박하기가 겨울과 같을 뿐이며 그 산은 봄과 같이 보일 뿐으로 이것이 산을 그리되 경치를 의식하지 않는 방법이다. 수목이 바르게 있으면 산석을 거꾸로 그리고 산석이 바르게 있으면 수목을 거꾸로 그리는 것을 도경(倒景)이라 한다. 산이 허술하고 아득하여 물체가 없는 생태(生態)일 때 성긴 버드나무와 가냘픈 대나무, 교량, 초가집을 빌어 그려 넣는 것을 차경(借景)이라 한다.

   케케묵은 고법과 속된 것을 없애고 산수 수목을 전두(剪頭) 거미(去尾)하여 곳곳마다의 필세가 있는 것을 정단이라 한다. 그러나 정단의 방법은 더부룩한 필법이어서는 안 되며 필세가 능하지 못하면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험준(險峻)이란 인적이 닿지 못하고 길이 없어 들어갈 수가 없는 곳을 말한다. 신화(神話) 속에서 말하는 도산(島山), 발해(渤海), 봉래(蓬萊), 방호(方壺)처럼 신선이 아니면 살 수 없고 세인들은 감히 생각해 낼 수도 없는 곳을 산해의 험준이라 한다.

  만약 그림 중에 험준이 오직 삭봉(削峯), 현애(縣崖), 잔도(棧道), 기구(崎嶇)의 험준이 있을 뿐이면 필시 필력이 보이고 이것이 신묘(神妙)이다.

[출처] 11. 혜경|작성자 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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