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9    업데이트: 23-09-20 14:32

석도화론

​5. 필묵(筆墨)
관리자 | 조회 61
5. 필묵(筆墨)

 

  고대의 화가들 중에 어떤 사람은 필묵이 모두 겸비해 있고 어떤 사람은 필법(筆法)은 있되 묵이 없으며, 또 어떤 사람은 묵은 있되 필법이 없다. 이것은 산천에 한정된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고 화가의 천부(天賦)와 경험이 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묵(墨)이 물 흐르듯 붓을 따라가면 영기(靈氣)가 나타나고 붓을 천지가 운행하듯 묵을 운용(運用)하면 신묘(神妙)함이 나타난다. 묵은 수양과 연습을 많이 하지 않고는 영묘(靈妙)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으며, 붓의 생동하는 활기가 없으면 신묘한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붓이 수양하는 연습을 많이 하여 영묘함을 받고도 생동하고 활발한 신운(神韻)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것은 묵만 있고 붓은 없는 것이다.

  또 생동하고 활발한 신운을 받고도 수양(修養)과 연습의 영묘함에 변화가 없으면 이것은 붓만 있고 묵이 없는 결과가 된다.

  산천 만물이 갖추고 있는 체구에는 반대로 된 것도 있고 바르게 된 것도 있으며 비스듬한 것도 있고 옆으로 된 것도 있으며 모여 있는 것도 있고 흩어져 널려 있는 것도 있으며 가까운 것이 있는 반면에 먼 것이 있고 안쪽이 있으면 밖이 있고 허(虛)함이 있으면 실(實) 한 것이 있으며 끊어진 것이 있으면 이어진 것이 있고 층(層)이 있으면 차(次)가 있고 흠이 있으면 헤진 것이 있고 풍부하고 수려(秀麗)함이 있으면 표일(飄逸)하고 소려(瀟麗)한 것이 있어 이런 것들이 곧 생동하고 활발한 생명력의 광대성이다. 그러므로 산천의 만물은 그 영묘(靈妙)함을 화가들에게 공헌한다.

  그렇기 때문에 화가란 깊은 작품생활 속에서 수양과 연습으로 그 힘을 길러 이것을 조종하는 것이다. 만약 능히 그렇지 못하다면 어떻게 필묵으로 하여금 태(胎)가 있고 골(骨)이 있고 열림(開)이 있고 닫힘(閤)이 있으며 체(體)가 있고 숨은 모양(用)이 있으며 형(形)이 있고 세(勢)가 있으며 꺾어지고(拉) 곧음(立)이 있으며 움츠리고 솟구치는 것(跳)도 있고 잠복(潛伏)한 것도 있으며 덩어리진 것도 있고 부딪쳐 흩어진 것도 있으며 높이 솟은 절벽도 있고 부스러진 것도 있고 혼합된 것도 있으며 높이 불쑥 솟아 험한 모양도 있고 높고 뾰족한 것도 있으며 매우 기이하고 험악하게 깎아세운 것도 있으며 험준한 것도 있으니 일일이 그 신령(神靈)스럽고 만족한 신운(神韻)을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출처] 5. 필묵|작성자 진성수
덧글 0 개
덧글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