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103    업데이트: 22-04-04 16:03

정하해 시

복숭아를 깨물며
아트코리아 | 조회 491
복숭아를 깨물며 
정하해


단물의 뒷모습까지 오는데 한참 걸렸다 

실로 저 뺨들이 나를 지나간 거다 

스무 살의 나이를 데려다 

슬픈 부분들을, 도려내고 복숭아를 심었다 

그러니까 태초에 너를 지나 

몇 생을 왕생한 것쯤의 

우리는 단물을 기웃거렸고 

거기서 머물다 돌아서는 찰나를 

시절이라 했다 

한 번씩 살아본 생애가 늘 다른 색이듯 

어쩌면 첫 몸의 향기가 

저렇게 남아, 한 입 속에서 꿈틀대는 것인지 모른다 

너를 지나왔던 것들이 

우르르 떠나고 

끝 간 데 없이 층층한 뺨들이 

또 한 생을 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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