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294    업데이트: 25-06-21 13:24

신작소개

어느 별똥별에 관한 보고서
관리자 | 조회 12
어느 별똥별에 관한 보고서
 
1.
 
누가 언제 어디쯤에서 던진 돌멩이인가? 코스모스 들판 건너 언덕에 종일 앉아 기다리다가 ‘사랑합니다’ 쪽지 준 뒤 감나무에 목을 맨 그 머슴애가 밤하늘에서 보낸 짝사랑의 운석인가? 꿈속에 소복의 친정엄마가 자꾸 나타나더니, 가슴과 겨드랑이에 알맹이가 들어 있다고 내 무딘 손가락으로 짚어 보이시더니, 이른 봄부터 시간을 펌프질하며 잠시도 눈 돌릴 여가 없이 살아왔는데 가을 갈맷빛 개나리 이파리들이 시어머니 오지랖에 고깃국 쏟은 며느리처럼 고개 숙이고 안절부절 이다.
 
부끄럽다고 죄될까봐 그토록 꽁꽁 싸매어 온 대숲이 후회스러울 정도로 유방에 마구 칼질 후, 젊디젊은 의들이 빨강 파랑 그림을 그린다. 통닭을 방사능으로 지지고 굽는다. 두어 시간 누워 맞은 항암 약은 적응하느라 구토를 일으키는데, 먹기는 먹어야 하고 허기 참느라 온 산을 헤매다가 겨우 복숭아 몇 개로 허기를 채우는 사람도 있다
난 산이야
난 구름이야
자존심으로 밥 말아 먹을 수 없는 땅 끝 마을 사람들, 산에서 종일 돌탑이나 쌓는다
 
 
2.
 
첫 알약 몇 알에 툭, 툭, 떨어져 내리는 머리카락, 울음 죽이며 빡빡 밀어버려야 하는 파르란 입술, 온 전신이 수치스런 부분 완전 가릴 수 있는 모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야 대낮하늘에 저 구름처럼 맘대로 그림을 그리고 뻔뻔을 떨 수 있지
 
핏줄은 자꾸 몸 안으로 숨으면서 무서워! 무서워, 주사바늘이 무서워! 간호사가 팔뚝 다리 다 찰싹 때려가며 찾아도 핏줄이 없어 겨우 발등에서 찾으면, 다른 환자까지 만세! 부르며 환호한다. 그래도 못 찾으면 목에 구멍을 뚫어 바늘을 꽂아야 한다
 
왜? 하필 왜 내가, 무너진 자존심 서러워 울음 삼킨다 자면서도 모자를 꼭꼭 눌러 쓰고 잔다 식당엔 온통 스님들이시다 생의 패배자처럼 숨어 구름을 부러워하는 사람들, 쉼 없이 뒤따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쫓기면서 밤낮 모자를 신처럼 모셔야한다. 모자가 바로 오얏이기 때문에
 
허나 끝까지 머리카락을 지킨 나는 반역자인가 ‘빠져요 곧’을 되풀이하던 담당 의사의 눈초리가 날을 날카롭게 벼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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