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하다 / 정숙
시끄럽다 내 그림 속 연꽃, 해바라기 심지어 이파리들까지 서로 조명을 받고 싶다고
그 등쌀에 일일이 반짝이까지 덧칠해 주지만
정신 사나워 곧 지우기 시작한다
내가 갑이다
한지 앞에서 먹물을 들고 누구를 물 먹일까 생각 중이다 내 주제에 어디서 이런 유세를 떨어보겠는가 그러나 때론 어둠 속에 서 있는 것들이
더 고혹적인 눈빛인 걸 어쩌겠는가
연꽃8
땅 속 뿌리가 어둠을 먹고 키운
고독이. 죽고 싶도록 휘휘해지면
그땐 지독한 슬픔이 웃는 거지
하, 하, 하
미친 듯 웃으면서 꽃을 피워내는 거지
웃다보면 향도 피어나는 거지
수성못/정숙
널 생각하면 사철 떨림으로 파문이 진다
네 가슴엔 달빛 흐르는 강을 연주하는
클라리넷 소리 같은 젊음과 그리움이 머물고 있어
날마다 아련한 바람으로 손짓하며 부른다
그 바람 속에서
내 인생 오뉴월의 별들이 모여 속삭인다
흔들리지 말아요
내가 가까이 다가갈게요
오늘따라 그대 피부 따스하고 부드럽네요
그대는 늘 불그스럼한 저녁 안개
해지면 따스한 눈길 추억으로 파문지면
그저 바람을 안고 춤추세요
달빛이 흐르는 하얀 옷자락 나부끼며
내일의 푸른 들판에 주사위 던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