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건반 어디에 숨어 있는가 다섯 살부터 두드리
고 치고 때리고 숨은 제 꿈 조각 밤송이 털듯 털고 있다
왕벌의 비행. 무리에 끼어 날아가거나
즉흥환상곡에 묻혀 흐느적이기도 하는
가녀린 손가락 길들이느라 바친 꿈들이
공간이란 섬을 도깨비불로 가득 채우고 있다
팔월염천 더위도 기절했는지
오싹한 기운이 팔뚝에 소름꽃을 피운다
돌아가는 길, 어느 선술집에서 막춤이나 추어야겠다
후두둑 떨어지는 밤송이 가시들 그 마음 눈치 차렸는
지 아야*의 무릎에 우루루 쏟아낸다 보드라운 살결 찌
르며 다그친다 더 빨리 더 강렬하게 말갈기 세워야한다
고 김명현의 손가락까지 같이 종 치며 꿈의 노래 부
르기 시작한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 수평선을 연주한다
그들의 격렬한 만남의 소리그림, 빛나는 광석을 시인의
검지는 시어로 다듬고 세공하느라 폰 자판에서 미친 듯
독거미 타란툴라 춤을 춘다 이윽고 도깨비불 천천히
사위어지면서 라흐마니노프* 쓰러진다.